[서평] “워라밸이 뭐라밸?”은 그만

요즘 기사나 방송을 통해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흔히 접한다. 이 말은 ‘일과 삶의 균형’ 이란 뜻으로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이다.
우리는 항상 ‘균형 있는 삶’을 꿈꾸지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와 닿지 않을 때가 많다. 오늘 당장 내가 몇시에 퇴근할지 모르고 내일 생각지도 못한 업무와 회의가 치고 들어올 수 있으며 하루의 계획을 세우지만 타의에 의해서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킨포크, 휘게, 미니멀라이프 등 라이프스타일조차 트렌드처럼 받아들이는 지금 나의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고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게 해주는 스웨덴식 행복 라이프스타일 ‘라곰’(LOGOM)을 소개하고자 한다.


넘침도 부족함도 없이 적당한 균형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스웨덴 사람들의 비밀은 기본적으로 라곰에서 찾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책에 소개된 스웨덴 속담 “물은 만큼만 답하라”, “적당한 것이 최고다”에서도 라곰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리에게는 종종 부정적으로도 쓰이는 ‘적당히’라는 단어가 ‘알맞은 균형’의 뜻으로 이 땅에 얼마나 잘 자리 잡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책에 소개된 <라곰>은 사실 특별하지 않다. 얼핏 보면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중심’과 ‘거리’가 포함된다. 스웨덴에서 커피타임을 지칭하는 ‘피카’(fika)는 휴식과 멈춤을 의미하는 것으로 잠시 쉬면서 생각을 깨우고 숨을 고르는 사회적 장치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땐 의도적으로 멈추고 환기시키도록 만들어 준다. 울고 싶을 때는 울고, 웃고 싶을 때는 웃으면 된다.

계획은 적극적으로 다듬어서 효율성을 높여보자. 음식은 제대로 된 것으로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솔직한 거절은 약속을 어기는 것보다 나은 것이니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 실패해도 즉시 일어날 필요 없이 스스로 돌보기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은 지구로부터 무언가를 가져갔다면 다른 누군가도 똑같이 누릴 수 있도록 채워 놓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라곰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에서부터 균형을 잡기 어렵다. 그것은 당장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도미노처럼 모두 무너지지 않도록 ‘일’ 주변의 것들부터 하나씩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말보다 행동이 훨씬 중요하다’는 라곰. 보여주기가 중요해서 스스로 더 힘들어진 우리에게 라곰의 문화적 의미부터 균형 잡힌 삶을 사는 법까지 천천히 일러주는 이 책은 친절한 행복 입문서다.

결국 라곰이 현란한 ‘스타일’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사고방식’의 뿌리임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삶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는 결론에 자연스레 이르게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