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급증하는 반려족 수에 비례해 관련된 사건·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반려족과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반려족이 충돌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머니S>가 반려동물의 명과 암을 진단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해법의 실효성을 점검했다. 또 선진국의 성숙한 페티켓 사례를 살피고 전문가를 만나 한국형 페티켓의 조건을 들었다.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페티켓마케팅으로 새로운 이윤 창출에 나선 기업현장도 찾아가봤다. <편집자주>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부각료들과 회의를 진행 중이던 지난달 22일 프랑스 엘리제궁.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입양한 ‘퍼스트독’ 네모가 대통령 집무실에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벽난로 가장자리에 용변을 보자 진지하던 회의가 웃음바다로 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얼굴이 붉어지며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장면은 회의를 촬영 중이던 프랑스 뉴스전문채널 LCI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고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해프닝으로 웃어넘길 가벼운 사건이지만 이 이야기가 전해지자 우리나라 네티즌 사이에선 격한 반응이 나타났다. 한 유명 한식당 대표가 유명가수의 반려견에 물려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우리 개가 저런 실수를 하게끔 계기를 만든 것 같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농담 섞인 말이 “우리 개는 원래 사람 안물어요”라는 일부 반려견주들의 태도와 비슷하다며 많은 네티즌이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다.

유명 한식당 대표가 개에 물려 숨진 사건 이후 많은 언론에선 선진국의 성숙한 페티켓을 언급하지만 이들 역시 반려동물을 둘러싼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찰을 위협하는 범죄 용의자의 반려견을 사살한 경찰의 행위에 대한 법정공방이 벌어지기도 했고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반려동물의 안락사를 놓고 찬반논란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웃의 반려동물에 물려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도 빈번하다.


반려동물 문화가 농익지 않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제도와 문화를 눈여겨봐야 많은 전문가는 한다고 말한다. 물론 무작정 이 제도를 따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가진 제도를 도입해도 모든 문제를 막을 수 없고 우리나라의 실정과 맞지 않는 것도 많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제도들이 만들어지기까지 있었던 사회적 합의다. 우리보다 훨씬 이전부터 반려동물과 인간이 한 사회에서 공생하기 위한 고민을 해왔기 때문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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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 책임’ 강조하는 해외
선진국에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힘들다. 분양 혹은 입양받는 과정부터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을지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고 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도 반려인에게 많은 책임이 요구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 니더작센 등 일부 자치주에서 실시하는 반려인 자격시험이다. 2011년 니더작센주의 경우 모든 견주는 반려견의 크기나 품종에 상관없이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에 이론시험을 보고 반려견을 들인 첫해에는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실습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같은 자격시험이 없는 독일의 다른 주나 영국, 프랑스 등 다른 국가에서도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독일은 전지역에서 반려견 등록세를 물린다. 관리·감독을 위한 차원이지만 등록세를 내면 반려견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히 대우받을 수 있는 순효과가 있다.


영국은 1991년 ‘위험한 개 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핏불테리어·도사견 등을 특별 통제견으로 규정하고 이들 견종을 키우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개가 사람을 물어 부상을 입힐 경우에는 최대 5년, 사망에 이를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이 견주에게 선고된다. 프랑스는 맹견을 키우려면 시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종의 면허제도다. 맹견이 주기적으로 사람을 해칠 위험이 없는지 행동 평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동물보호법에 맹견의 종류를 규정하곤 있지만 이들에 대한 교육이나 평가는 전무한 상황이다.

북미의 경우 반려견주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은 각 주마다 개소유 책임법을 적용해 견주가 유사시 개의 행동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도록 했다. 조지아주는 맹견의 견주는 정부에 개를 등록하고 최소한 5만달러 이상 보장되는 보험을 들어야 한다. 플로리다주의 경우는 견종을 따지지 않고 개가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주인에게 책임을 묻는다. 개가 사람을 물면 견주가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역시 마찬가지다. 2006년 제정한 ‘책임 있는 반려동물인식 조례’를 통해 반려견주의 책임을 강조했다. 개가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다른 개를 죽이면 개의 주인은 재판을 받는다. 주인은 1만달러 이상의 벌금이나 실형을 받을 수 있다.


[왜 '페티켓'인가] 선진국은 '반려동물의 천국'

◆사회화 훈련은 반려견 위한 의무
주목할 점은 개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 이런 제도가 반려동물의 권익을 지키는 것과 동일선상으로 여겨진다는 것. 이런 제도들은 대부분 ‘동물보호법’으로 운영·관리된다. 이를테면 개목줄의 경우 지나가는 행인에게 반려견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다. 야외에서 목줄을 하지 않는 것은 반려견을 위험에 빠트리는학대행위로 여긴다.

반려동물 선진국은 반려견의 사회화 교육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접근한다. 반려인이라면 자신의 반려동물이 원활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시에서는 개가 공격성을 보이도록 사육하는 것도 학대의 범주 안에 포함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반려견에게 과도한 관심을 주는 우리나라 문화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의 경우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함부로 쓰다듬거나 만지는 행동은 반려견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여겨져 에티켓에 어긋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퍼지고 있는 ‘옐로 도그 프로젝트’는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다. 건강상 사람을 피해야 하거나 예민한 반려견에게 노란리본을 착용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만지지 말아달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4호(2017년 1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