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전기차 지배력 강화를 위한 '인플레 감축법'에 서명하면서 현대차·기아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전기차 지배력 강화를 위한 '인플레 감축법'에 서명하면서 현대차·기아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전기자동차 지배력 강화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4300억 달러(약 565조원) 상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인플레 감축법)에 서명하면서다.

이날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 감축법에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차 구매 시 세액을 공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중국 원자재 공급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생산을 늘리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을 50%로 높일 계획.

보조금 규모는 새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7500달러(약 980만원), 중고 전기차를 사는 저소득·중산층에게는 4000달러(약 520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경우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 오를 수 있다.


다만 해당 법안에는 세액 공제 대상인 전기차가 미국에서 생산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조항이 포함돼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완성차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대표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 등을 모두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다. 법안 통과 뒤 현대차 등이 미국에서의 현지 생산을 늘리지 않을 경우 수혜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북미 시장에 팔리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주력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는 법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당장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약 6조3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기지를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로 발표했지만 조지아 공장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오는 11월부터 제네시스 전기차 GV70 EV를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지만 프리미엄 모델인 만큼 판매량 증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조지아 공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전기차 보조금 없이 팔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광물 비중이 오는 2024년부터 40% 이상, 2027년부터 80% 이상인 배터리를 탑재해야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4년 뒤인 2028년에는 100%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CATL 등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이 같은 행보에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반발한다.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은 해당 법안이 오는 2030년까지 미국의 전기차 도입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팔아야 하는 부담에 중국 부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공급망 재편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만큼 당분간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