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게임 산업에 매진하는 게임사로 유명하지만 리니지 지식재산권(IP)가 위기일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차세대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가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주가마저 급락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사진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게임 산업에 매진하는 게임사로 유명하지만 리니지 지식재산권(IP)가 위기일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차세대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가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주가마저 급락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사진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기사 게재 순서
① 30만원 깨진 엔씨소프트 주가… 사우디국부펀드 어쩌나
② 리니지 없으면 어쩌려고… 엔씨소프트, TL 부진에 원IP 탈피 '불투명'
③ '게임 외길 인생' 택진이형… 비게임 탈출구 없어도 될까


엔씨소프트(엔씨)는 한눈팔지 않는 게임사로 유명하다. 개발자 출신 김택진 창업주가 최고경영자(CEO)로서 고수 중인 경영 철학이 배경이다. 그동안 신사업에 종종 진출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으면 미련 없이 철수했다. 최근 몇 년째 인공지능(AI)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게임과 연계시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20년째 리니지 지식재산권(IP)에만 의존하는 매출 구조가 불안해지고 출시가 막바지에 다다른 야심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흥행이 불투명한 상황 속에 김택진 대표의 경영방식에 우려가 커진다. 이로 인해 주가마저 급락하는 가운데 신사업을 키워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다각화 연이은 고배… 성과 없으면 곧바로 정리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김택진의 엔씨는 외형 확장보다 게임사로서 내실을 중요시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AI를 제외하면 비게임이라고 부를 만한 사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AI 역시도 게임 산업에 응용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엔씨 관계자는 "AI를 별도 신사업으로 준비한다기보다 게임과 시너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사업다각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급부상하던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에 눈독을 들였다. 450억원을 들여 시장전자결제업체 'KG이니시스' 전환사채(CB)를 인수한 것이다. KG이니시스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사업 진출에 의욕을 보였지만 2017년 돌연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 CB를 사들인 자금도 풋옵션을 통해 회수했다.

2021년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회사 클렙을 통해 2021년 1월28일 케이팝(K-POP)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전 세계 134개국에서 서비스했다. K-POP 아티스트와 팬덤을 이어주는 모바일 공간으로 이용자는 매달 이용료를 내면 아티스트가 직접 보내는 메시지를 받았다.


사업 초기만 해도 성공 가능성이 보였지만 하이브 '위버스'와 SM엔터테인먼트 '버블'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전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는 팬덤 플랫폼 사업에 필수인 인기 아티스트를 확보해 엔씨보다 유리했다. 팬덤 플랫폼이 늘면서 A급 아티스트를 모시기 위한 출혈 경쟁도 심화돼 엔씨로선 감당하기 어려웠다.

유니버스를 운영하는 엔씨 자회사 클렙은 2021년에 매출 115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하면서 성과를 냈지만 이듬해인 2022년에는 매출은 107억원으로 줄고 영업손실이 약 4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엔씨는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유니버스를 매각했다.

리니지 IP 의존은 고민거리… "신사업 진출, 게임 개발 위해 필요"

엔씨소프트 '리니지M'.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리니지M'. /사진=엔씨소프트

엔씨는 신작 개발에 매진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지만 리니지 IP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을 타개할 게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 리니지 IP가 흔들리면 실적이 요동치는 구조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39% 감소한 4788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7% 준 816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진은 출시 2년도 안된 '리니지W'의 하향 안정화로 모바일 게임 매출이 6407억원에서 3308억원으로 줄어든 탓이다. 출신 7년차 '리니지M' 매출이 늘면서 시장 전망치보다는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 위안이다.

게임 사업 침체기를 버틸 수 있는 부가 사업의 필요성이 등장한 배경이다. 엔씨와 비슷하게 주력 히트 IP를 보유한 게임사들은 외부 사업과 투자 확대로 어려울 때를 대비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IP로 급성장한 크래프톤은 비게임 투자처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지주 회사 패스트트랙아시아에 약 220억원을 투자해 신주 20만5000주를 추가로 취득,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 개발사 위주로 투자를 진행했지만 신작이 흥행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비게임 회사에 투자를 진행해 게임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르 IP를 보유한 위메이드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개발한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와 '승리의 여신: 니케'를 개발한 시프트업에 투자해 성과를 냈다. 가상화폐 '위믹스'를 발행해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넷마블은 정수기 렌탈 사업이 주력인 코웨이를 인수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췄다. 주력 게임사업에서 약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라도 탄탄 수익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로스파이어 등 게임 말고는 관심 없던 스마일게이트도 부동산 투자와 자산운용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며 "신사업에 적극 진출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동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니지 IP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매출 신장이 크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TL이 해외시장을 공략할 카드였지만 흥행에 의문부호가 달리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