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백화점, 이커머스 기업 등이 K-뷰티에 뛰어들면서 화장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패션과 백화점, 이커머스 기업 등이 K-뷰티에 뛰어들면서 화장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④엇갈린 로드숍의 명암… 클리오-더페이스샵
⑤올리브영과의 호흡… 인디 뷰티 브랜드의 실험
⑥이유 있는 변신… 백화점·이커머스·패션기업도 'K-뷰티' 가세


국내 화장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화장품 업체 수는 9359곳으로 3년 전인 2018년(6487곳)보다 2872곳(44.3%) 증가했다. 화장품 전문기업뿐 아니라 패션, 백화점, 이커머스 기업도 이른바 K-뷰티에 뛰어들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새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뷰티 카테고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들은 브랜드 이미지와 유통망 등 자사의 노하우와 강점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화장품 '바른' 패션업계… 럭셔리로 승부수

뷰티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국내 패션·유통 기업. /그래픽=김은옥 기자
뷰티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국내 패션·유통 기업. /그래픽=김은옥 기자

패션 대기업들은 화장품 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의욕적으로 뷰티 브랜드를 론칭해 육성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2012년부터 화장품 사업에 진출, 코스메틱 부문을 확장하고 있다. 색조 전문 브랜드 비디비치, 고기능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 등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대표 브랜드다. 중국에서 흥행하며 화장품 사업을 고민하는 패션업계에 좋은 선례를 남겼다. 특히 올해는 엔데믹과 함께 한중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보여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

뷰티 사업 연착륙에 성공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2020년 1조3254억원 ▲2021년 1조4507억원 ▲2022년 1조5538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메틱 매출은 3292억원에서 3602억원으로 9.4% 가량 성장했다. 화장품 사업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명품 화장품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100년 전통의 프랑스 브랜드 폴 뽀아레를 인수해 2021년 론칭했다. 제품 가격대는 세럼 26만~72만원, 크림 13만~78만원, 립스틱 5만~8만원 등 고가를 지향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코스메틱 부문은 회사의 주요 사업으로 성장해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며 "독자 소재와 특허 성분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색조 전문 브랜드 비디비치, 고기능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 고급 브랜드 뽀아레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했고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은 럭셔리 시장을 노리고 고급 스켄키어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했다. 사진은 연작 스킨 퍼펙팅 프로텍티브 베이스프렙·전초 컨센트레이트(왼쪽)와 오에라 멀티 베네핏 캘리브레이터.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색조 전문 브랜드 비디비치, 고기능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 고급 브랜드 뽀아레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했고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은 럭셔리 시장을 노리고 고급 스켄키어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했다. 사진은 연작 스킨 퍼펙팅 프로텍티브 베이스프렙·전초 컨센트레이트(왼쪽)와 오에라 멀티 베네핏 캘리브레이터.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한섬도 같은 해 화장품 사업에 발을 들였다. 창사 후 처음으로 이종 사업에 뛰어들어 주목받았다. 럭셔리 시장을 노리고 출시한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는 기능성 스킨케어 제조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화장품 연구소와 협업해 주요 제품을 스위스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제품 평균 가격은 20만~50만원, 최고가인 크림의 경우 125만원에 판매된다.

한섬의 럭셔리 브랜드 콘셉트는 시장의 반응을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매출은 1조5446억원으로 화장품 사업에 본격 참여한 2021년과 비교해 155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메틱 매출은 357% 급증했지만 총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32억원으로 나타났다.

럭셔리 브랜드 전략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섬 관계자는 "고품격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화장품에 적용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리빙·식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국내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명가로 발돋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오프라인 면세점 오픈과 동시에 인터넷면세점에도 입점했다"며 "중국 법인 '한섬 상해'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패션기업이 럭셔리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은 프리미엄 해외 브랜드·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패션 제품에 비해 원가가 낮아 마진이 높고 시장 성장성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백화점과 면세점 등 그룹 유통 채널을 활용해 구매력 높은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다.

유통가, 뷰티 전쟁… 'PB상품·고객 니즈' 경쟁력 확보

신세계백화점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 PB상품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고 쿠팡은 강소 기업과 협업해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며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시코르강남역점 전경(왼쪽)과 쿠팡 로켓럭셔리 론칭 이미지. /사진=신세계백화점, 쿠팡
신세계백화점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 PB상품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고 쿠팡은 강소 기업과 협업해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며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시코르강남역점 전경(왼쪽)과 쿠팡 로켓럭셔리 론칭 이미지. /사진=신세계백화점, 쿠팡

전통 유통 명가 신세계백화점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시코르를 통해 뷰티 편집숍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오프라인 시장 강자 CJ올리브영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코르 매장 수는 론칭 3년 만인 2019년 기준 30호점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매장 수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신세계백화점은 PB상품 차별화로 새로운 수익 창출·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2017년 첫 선보인 PB 시코르 컬렉션 매출은 해마다 두 배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못지않은 품질을 갖췄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게 시코르 컬렉션의 특징"이라며 "매장에선 체험을, 온라인에서는 IT 기술을 결합한 뷰티 테크를 선보이는 '투트랙' 전략으로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소개했다.

온라인 유통 강자 쿠팡은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며 뷰티 카테고리를 키우고 있다. 쿠팡은 '함께 만들어요' 뷰티 캠페인을 통해 화장솜과 속눈썹 영양제 등을 출시했다. 고객 인사이트가 반영된 제품을 뷰티 강소 기업이 생산하고 쿠팡이 판매하는 방식이다. 1900만명의 활성 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뷰티 사업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 고급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출시해 뷰티 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쿠팡 관계자는 "명품 뷰티 상품임에도 와우멤버십 회원들에게는 기존 로켓배송 제품과 동일하게 무료배송·무료반품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럭셔리 뷰티 이벤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통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물류 비용은 낮고 수익성은 높기 때문이다. 신선식품이나 의류에 비해 유통이 까다롭지 않다. 신선식품 배송은 위생·신선도 등을 이유로 냉동 화물차가 필요하고 의류는 부피가 커 보관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