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부족한 한국 경제의 체력… 부족한 1% 채우려면

[머니S리포트- 넘버원 코리아… 도약의 20세기, 비상의 21세기④] '선진국다움' 해결과제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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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한민국 경제는 언제나 시련과 마주했지만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 일제강점기를 극복하고 한국전쟁 폐허를 견디는 동안 선대 기업 경영인들이 일군 탄탄한 경제 성장의 초석은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됐고 이를 이어 받은 후대 경영인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글로벌 무대를 경제 영토로 확장시켰다. 전 세계의 도움 속에 도약의 땀을 흘렸던 과거를 딛고 이제 지구촌의 리더로 우뚝 서 '오뚝이 대한민국'의 DNA를 만방에 뽐내고 있다. 21세기 더 높은 비상을 꿈꾸는 대한민국은 오늘도 미래를 향해 성큼 전진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모두가 부러워하는… 70년 만에 '선진국'되다
②뭐든지 척척… 세계 속의 대한민국
③대한민국 경제의 윤활유 '소·부·장'
④아직 부족한 한국 경제의 체력… 부족한 1% 채우려면


2021년 7월 2일 열린 제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그룹 A(아시아·아프리카)에서 그룹 B(선진국)로의 변경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데 이어 UN 통계국이 2022년 5월 국가 분류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바꿨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은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을 이미 선진국과 대등하게 분류했지만 UN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공식 분류한 건 첫 사례였다.

이처럼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 건 국제사회에서 그만한 책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탄소감축 등 환경규제 준수에 앞장섬은 물론 평화유지군 활동 등 국제사회를 위해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국가로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지구촌 최빈국에서 70여년 만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빠른 성장에 따른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해결과제도 적잖다.


중심 잃고 한쪽으로 쏠린 외교


서울 용산 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 3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며 등급 전망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 등도 수년째 비슷한 평가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북한)를 변수로 꼽으며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수의 국가들이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하지만 강대국에 둘러싸여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점은 국민 스스로 선진국이 됐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데다 북한과도 마주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입김도 영향을 미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자국 우선주의로 바뀐 국제정세에 대응하려면 한국은 미·중·일·러 등 열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리' 없이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현재 한국의 외교는 쏠림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일본 등 타국의 실리 외교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일종의 보험인 외교 성격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박 소장은 외교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먼저 미국·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동맹국은 권리와 의무가 함께 존재하는데 미국의 요구에 너무 쉽게 휘둘린 경향이 있다"며 "외교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면서 또 다른 불안요소를 만든 점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과의 관계도 중심을 잃었는데 우리가 많이 준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없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만 도와준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한국이 미국·일본에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확인해줬지만 반대로 얻은 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언급했다. 박 소장은 "미국과 관계를 쌓는 건 좋지만 중국·러시아와의 외교는 결코 가벼워선 안 된다"며 "특히 북·중·러로 묶으며 편을 가르기보단 중국과는 실리를 챙기는 외교를 이어가야 하고 러시아는 중국의 견제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본은 미국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는 망친 게 없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부언했다.


세부지표에 주목해야 하는 국내 경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 명목 GDP는 1500조원에서 지난해 2162조원으로 늘었다. 글로벌 GDP 순위는 2020년과 2021년 10위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3위로 하락했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661달러(약 4423만원)였다. 전년 3만5373달러(약 4791만원)대비 7.7% 줄었다. 1인당 GNI는 개인의 소득이 아닌 한 나라 국민의 평균적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달러화로 환산하는 만큼 환율이 오르면 1인당 GNI는 감소하며 지난해 환율은 연평균 12.9% 올랐다.

세부 지표로 보면 소득의 분배 측면은 안심할 순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선 2021년 연평균 가구소득은 6414만원으로 전년 대비 289만원 증가했다. 2021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33으로 전년보다 0.002 늘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5.96배로 전년보다 0.11배P(포인트) 증가했다. 상대적 빈곤율은 15.1%로 전년보다 0.2%P 감소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함을 뜻한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들의 선택적 지원도 요구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소득이 없더라도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 10%를 제외하고 소득과 자산이 모두 적은 빈곤고령층 30%가량에 공공기관 등이 수당·연금·급여 등의 각종 사회수혜금과 세금환급금을 지급하는 공적이전소득 지원이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국내 중위소득 75~200%에 속하는 인구는 OECD 평균과 비슷하지만 중위소득 50% 아래 빈곤층은 평균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노인빈곤 문제가 반영된 결과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려면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뉴스1 DB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보호주의(수입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관세, 할당량과 같은 무역장벽을 부과함으로써 외국 경쟁으로부터 자국의 기업, 산업,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인 정책) ▲리쇼어링(비용 등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 ▲경제블록화(각국이 다른 국가와 상호협력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 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이해관계를 도모하는 지역주의화) 등의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더욱 성숙해지려면 필요한 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에 방향성을 정하기 어려운 '모나리자 모호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물가상승으로 인해 가계의 구매력이 위축된 상황을 우려했다.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는 신호가 있어야 기업들이 확신을 갖고 투자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것.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외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서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재는 모호성 때문에 여러 지표가 들쑥날쑥하지만 선진국형 경제로 나아가려면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체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를 활성화하고 투자를 늘리도록 모호함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경제가 현재 직면한 구조적 이슈는 사람이 줄어드는 부분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며 "앞으론 사회경제적으로 혁신 전환이 가능한지가 핵심이고 안정적인 시장 경제를 유지하며 나아갈 수 있는 파트너가 누구인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건 사실이고 국제사회에서도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 원조를 받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만큼 원조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산업 분야 공적개발원조(ODA)의 진화와 전략적 추진 과제' 보고서에선 지난해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내 ODA 비중은 0.17%에 불과했으며 이는 개발 원조 위원회(DAC) 회원 30개국 중 28번째다. 임소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망 ODA 추진 시 지원 대상 수혜국과 지원 방식, 국내 산업계 비교우위를 반영할 수 있는 세부 섹터 구체화 등 전략적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규
박찬규 [email protected]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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