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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 인구 감소와 대단지 아파트 과밀화로 인해 수요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는 서울 초등학교를 개편하는 안이 나왔다. 인구 과밀 지역의 오피스텔·상가 등을 매입해 학교를 설립하고 소규모 학교의 경우 잔여 용지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 등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난 12일 '도시형 캠퍼스'(분교) 대책을 내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시교육청에서 진행한 '도시형 캠퍼스 설립 및 운영 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적정 위치에 학교를 짓고 학생이 찾아오는 방식에서 학생이 있는 곳으로 학교가 찾아가는 교육 수요자 중심의 학교 육성 정책으로 변화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도시형 캠퍼스는 초등학교가 주 대상이다. 그동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신도시 일부는 학령 인구 감소로 학급당 학생 수가 급감해 폐교 위기에 몰린 반면 한쪽에선 반대로 학생이 쏠려 과밀화된 상황이 이어졌다. 학생 수요 양극화가 벌어진 것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초·중·고 학생 수는 지난해 80만6340명으로 2012년(116만명) 이후 10년 만에 31%가 감소했다. 지난해 전교생 수가 300명 이하인 서울 초등학교는 49곳으로 2014년(23개교) 대비 23곳이 늘었다. 이른바 '학군지'로 불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에선 학급 과밀화가 심각하다.
학생 분산 배치를 위해 새 소규모 학교를 설립하려면 교육부의 학교 설립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문턱이 높아 쉽지 않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통상 초등학교 기준 36학급, 600∼900명의 학생 수를 충족해야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 심의를 받을 수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도보 30분, 집과 학교의 거리가 1.5㎞ 이내에 배정해야 하는 기준이 있어 인구 밀집 범위를 넘어선 학교 신설이 불가했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학교 규모의 적정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형 캠퍼스를 제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도시형 캠퍼스는 크게 기존 학교를 활용하는 '개편형'과 새롭게 분교를 만드는 '신설형'으로 나뉜다. 개편형은 운영 방식만 분교 형태로 바꾸는 '제2캠퍼스 학교'와 학교 용지를 분할해 아파트 등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주교복합학교'로 세분화된다.
소규모 학교의 용지가 넓을 경우 한쪽은 학교를 개축해 분교를 설립하고, 나머지 공간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시교육청은 공공주택 공급 세대의 일정 비율을 학부모에게 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신설형은 학교 용지 확보 유무에 따라 총 4개의 모델로 구성된다. 학교 용지를 확보했지만 학교 설립이 어려울 경우 '제2캠퍼스 학교'로 추진한다.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된 강일3지구 5개 단지 입주민 1407명 중 98%가 동의한 모델이다. 아파트 개발로 인해 단지 내 도시형 캠퍼스가 조성되면 주교복합학교 모델로 분류된다.
정비사업 시행자(조합)는 학교용지를 자체 확보해 기부채납해야 한다. 학교 용지가 없는 경우 학교 인근의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매입해 짓는 '매입형 학교', 자치구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을 도시형 캠퍼스로 만드는 '공공시설 복합학교' 등이 모델로 제시됐다.
도시형 캠퍼스의 학급 규모는 학년당 최소 두 학급씩, 12~24학급 사이로 학생 수는 학급당 15~25명이 기준이다. 학교폭력(학폭)이나 교권 침해 발생시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를 고려해 최소 학급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반대로 학생 수가 늘면 정규 학교로 전환이 가능하다.
시교육청은 올해 말 도시형 캠퍼스 추진에 필요한 법·제도 기반을 마련해 내년 1월 대상학교를 검토, 여름방학 기간 동안 학부모 설명회와 설문조사를 거쳐 빠르면 내년 10월 사업을 본격화한다.
시교육청은 본교과 캠퍼스 교육과정 등을 동일하게 운영해 차별 문제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본교와 캠퍼스 2개 학교에 각각 1명의 교장과 행정실장을 배치하고, 도시형 캠퍼스에 교감 1명을 추가한다. 본교와 같은 수업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사 배치도 균형을 유지한다.
캠퍼스의 급식실과 운동장 등 시설이 부족할 경우 통합 운영을 검토한다. 본교 운동장을 활용하고 급식실을 별도 운영할 수 없는 경우 본교 조리장에서 만든 급식을 2시간 내 운반한다는 계획이다. 운반이 어려운 경우 위탁운영도 검토한다.
조 교육감은 "공간과 상황에 따라 실외 운동장, 실내 체육관 등이 없을 수 있다"며 "여건에 따라 셔틀버스를 운영해야 할 수 있고 여러 경우의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캠퍼스형 모델은 다양한 결합이 가능하고 통·폐합보다 최대한 학교를 유지하는 전략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