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저녁, 시청 앞의 한 조용한 맥주집에서 외국계 증권사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CSFB)의 이석제 애널리스트와 서울대 투자 연구회 회원 8명이 모여 한창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애널리스트의 세계를 듣고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투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 서울대투자연구회 = 현재 근무하고 계시는 외국계 증권사의 업무에 대한 것이 궁금합니다.
▶ 이석제 애널리스트 = 업무별로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자료를 애널리스트가 있고, 투자 고객에 대한 영업과 상담 업무를 하는 세일즈, 그리고 주식 시장의 흐름에 따라 전략을 세워 투자를 직접 주식 매매를 하면서 투자 수익을 만들어 내는 세일즈&트레이더가 있습니다.
약 4, 5년 전만해도 이 세 파트의 업무가 분명히 구분되었던 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애널리스트는 고객의 전화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서 그저 리포트 작성 업무만 해도 됐었지만 지금은 고객 뿐만이 아니라 여러 목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업무의 다양성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 업무 역량을 중심으로 고객의 수익률 극대화란 궁극적인 목적은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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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 애널리스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되는 건가요?
▶ 이 = 대개 대학 졸업 후 증권사에 취직해서 애널리스트 어시스턴트부터 시작한다. 약 2,3년간 경험을 쌓아가면서 착실히 능력을 키워나가고 보여 주어진다면 까다로운 검토를 통해서 애널리스트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의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수는 12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한 해 애널리스트가 되는 사람은 10명 정도가 된다고 봐야 하는 만큼 그 대열에 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 서울대 = 저희 동아리 회원들 중에는 애널리스트나 관련 직종에 진출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많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우는 여러 가지 기업분석 기법이나 실제 업무에서 적용 가능한 분석 기법들을 이용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실제로 얼마만큼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면 어떤 것들을 더 준비하면 될까요?
▶ 이 = 학생으로서 배운 것을 학습하고 미래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은 좋은 자세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학생 때 공부하는 것들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제 업무 현장에서 더 많은 요소들을 배워야 합니다. 바로 산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 그리고 직관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애널리스트 중에는 증권사에서 오신 분들도 있지만 일반 산업체에서 오신 분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런 분들은 그 산업에 대한 지식이 많고 흐름을 잘 알기 때문에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더 공부해야 할 것들은 영어를 좀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국계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으면 좀 곤란하겠죠. 그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업무량도 많기 때문에 적성과 흥미에 맞는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뭐든지 그렇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아무리 힘든 일도 견디면서 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 서울대 = 저희가 공부하는 기업분석의 기본 중심은 가치투자입니다. 이사님은 가치투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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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 가치투자의 기본 개념은 그 기업의 가치에 비해서 주가가 낮을 때 사서 주가가 비싸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르면 판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가치는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개발력, 마케팅 능력 등으로 결정이 되는데 단기 기업만 보는 것이 아니고 산업 전반적인 상황과 비교 분석해서 기업을 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가치투자죠.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가치, 기업의 펀더맨탈을 중요하게 봅니다.
▶ 서울대 = 저희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또 한 가지 저희는 주식시장이 비효율적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 이 =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시장의 효율과 비효율은 어느 정도 복합적으로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A란 기업이 50% 주식이 저평가 돼 있고, B란 기업은 80% 저평가되었다고 한다면 어떤 것을 사겠습니까? 80%를 산다고 할 수 있지만 B란 기업이 망하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가치 평가 과정에서도 간과된 부분과 많은 가정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서울대 = 저희도 무조건 싸다고 좋다고 보지 않습니다. 저희가 저평가된 주식이라고 하는 것은 강한 회사, 주가가 싼 회사, 그리고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는 이 세 가지 조건이 접점을 이루는 그 회사를 적절한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있고, 그 과정이 바로 가치투자라고 생각합니다.
▶ 이 = 가치투자라는 것이 기업의 가치를 믿고 오랫동안 느긋하게 기다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증권사의 수많은 펀드들은 다 제각기마다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펀드는 매일매일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하기도 하고 어떤 펀드는 1년, 그리고 어떤 것들은 10년동안 기다리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무조건 가치투자가 전부라고 할 수는 없는 거겠죠.
▶ 서울대 = 만약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를 하신다면 가치투자를 하실 생각이신가요?
▶ 이 = 물론 매우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또 남들 다 오르는데 자기 것만 안 오르고 그러면 좀 답답하긴 하죠. (웃음)
▶ 서울대 = 외국계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의 영향력이 큰 걸로 알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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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 어떻게 보며 그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실제 우리나라 TOP20 주식종목들 중에서 유동 주식량의 80%은 외국인들이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선진국에서 이미 겪었던 과정들을 보고 한국에 와서 거래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우위에 있습니다. 물론 국내의 분석 기술이 더 좋고 나쁘다는 것은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국내 증권사의 정보보다는 외국계 증권사의정보가 의사 소통에 있어서도 긴밀하기 때문에 더욱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겠다는 제 생각입니다.
▶ 서울대 = 외국계 증권사만의 특별한 분석 시스템이 있는 건가요?
▶ 이 = 외국계 증권사라고 해서 국내 증권사보다 더욱 첨단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각 나라에 자주 출장을 다니면서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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