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단 3만원으로 시작한 리볼빙 빚은 자신도 모르는 새 수백만원으로 불어났다. 리볼빙 빚을 갚아야겠다고 여러번 다짐했지만 점점 빚은 불어났다. 김씨는 "결국 카드론으로 20%가 넘는 높은 이자를 내고 있지만 계획적으로 빚을 갚는 데는 오히려 리볼빙보다 낫다"며 "요즘엔 리볼빙을 이용하겠다는 사람을 뜯어 말린다"고 토로했다.
#2. 5%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했던 40대 이모씨. 이씨는 통장에 잔고가 조금 모자라 서비스를 이용한 후 까맣게 잊어버렸다. 몇달 후 카드대금 고지서를 꼼꼼히 들여다본 결과 매월 결제금액의 5%씩 결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대신 나머지 95%에 달하는 이자가 추가로 청구돼 있었다.
무심코 시작한 리볼빙서비스로 빚을 갚지 못해 허덕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통장에 잔고가 없을 때 카드대금 연체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리볼빙서비스를 이용한다. 리볼빙서비스는 매월 5~100%의 결제비율을 정하면 이를 뺀 나머지만 결제되는 식이다. 만약 카드 결제대금이 100만원이고 리볼빙서비스 비율을 5%로 했다면 5만원만 결제되고 나머지 95만원은 다음달에 갚도록 하는 것이다.
얼핏 소비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서비스인 것 같지만 잘못 사용했을 때는 독이 될 수 있다. 나머지 95만원에 대해 낮게는 5.9%에서 높게는 28.8%까지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각 카드사와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리볼빙서비스는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낼 수밖에 없다.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여기에 칼을 빼 들었다. 소비자에게 리볼빙서비스가 결코 '착한 서비스'가 아님을 알리는 게 목적이다.
![]() |
◆ 금융당국의 대책은?
금융당국은 지난 2010년부터 리볼빙서비스에 대한 감독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 중이다. 앞선 조사에서 감독당국은 카드사에 리볼빙서비스에 대한 약관 변경을 권고했고, 올해 8월부터 하나둘 수정된 약관을 소비자에게 공지했다. 이 수정된 약관에는 소비자가 리볼빙한 사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통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금까지는 고객이 리볼빙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청구된 수수료를 보고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바뀐 약관에서는 회원의 결제계좌에 잔액이 부족해 자동으로 리볼빙 결제될 경우 카드사가 즉시 고객에게 SMS 또는 전화로 리볼빙 금액과 해당 수수료율 등을 공지하도록 했다.
올해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사용자에게 리볼빙서비스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또 현금서비스 사용분은 리볼빙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소비자가 오해할 만한 명칭을 통일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현재 카드사들은 '리볼빙'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대신 '페이플랜'(KB국민카드), '자유결제서비스'(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회전결제'(NH농협카드, 부산은행), '이지페이'(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을 붙여 간편한 결제 방식임을 강조했다.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리볼빙'이란 용어를 넣어 소비자의 혼선을 방지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리볼빙제도는 선진국에서도 시행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운용과정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카드사가 수익을 의식해 위험관리를 하지 않고 서비스를 키우는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
◆ 금리도 인하될까?
소비자가 리볼빙서비스에 현혹되는 이유는 연체가 되지 않아 신용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리볼빙 수수료는 낮을 거라는 오해 때문이다. 하지만 서민의 연체를 막겠다면서도 수수료가 높은 구간은 20% 후반이나 돼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매겨지는 만큼 저신용자는 높은 금리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연체이자나 카드론 금리와 별 차이가 없다. 높은 금리를 내면서 리볼빙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큰 금액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제2금융권은 신용도가 낮아도 돈을 빌려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만한 위험을 떠안고 빌려주게 돼 금융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과한 금리는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전반적인 금리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금리조정이 시일이 걸리는 사안이라면 다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신용카드 보유율이 높기 때문에 리볼빙서비스를 받는 사람 역시 많아 제한이 필요하다"며 "신용카드 한도를 줄이는 등의 정책을 통해 리볼빙 금액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리볼빙서비스 이용 시 주의할 점
1. 수수료율을 체크하자. 리볼빙서비스의 수수료율은 카드사·개인별로 다르다.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서 최고 20% 후반의 높은 수수료율을 물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리볼빙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카드사 콜센터를 통해 문의하고 이용하는 것이 좋다.
2. 리볼빙을 이용할 때는 최소금액만 이용하자.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대금 상환능력이 개선되면 희망결제비율을 늘려 이용잔액을 축소하는 게 좋다. ARS나 카드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
3. 리볼빙서비스에 가입됐는지 확인한다. 리볼빙서비스의 희망결제비율이 100%인 경우 회원 결제계좌에 잔액이 부족하면 부족액이 자동으로 리볼빙되므로 이를 원하지 않으면 즉시 해지하는 게 좋다.
4. 장기간 현금서비스 이용액을 리볼빙 결제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