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올해 하반기에 파격적인 신입행원 채용에 나섰다.
 
학벌과 스펙을 중시했던 과거와는 달리 인문학 소양을 겸비한 통섭형 인재를 중시하고 있는 것. 또 일부 은행은 아예 학력을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 면접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동안 금융권 취업의 첫번째 조건으로 여겨졌던 출신학교 등 스펙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이 같은 시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예비행원들이 과연 은행들이 원하는 만큼 업무역량을 발휘할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비 행원, '스펙' 보다 중요한 것은?

 
◆스펙 버린 은행들… 미래 인재상은?
 
국민은행은 올해 공채에서 '통섭형 인재'를 뽑기 위해 자격증·국외연수·인턴경력 유무 등 이른바 '스펙'보다는 인성평가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면접관에게 인문분야 베스트셀러 서적을 사전에 배부하고, 면접 시 심층적인 질의·응답, 지원자와의 자유로운 토론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면접과 토론 주제가 되는 책은 상반기 베스트셀러 28권과 입사지원자가 감명 깊게 읽은 책 10권 중에서 결정된다.
 
물론 자격증 등이 전혀 배제된 것은 아니다. 올해 채용되는 인원 중 10~20%는 정보통신(IT) 전문가, 한국공인회계사를 포함한 전문자격증(변호사·세무사) 소지자를 뽑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하반기 공채 행원은 약 100명이며 입사지원서는 9월10일까지 접수한다. 최종합격자는 필기시험과 면접 등을 거쳐 오는 11월 중 발표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역량과 자질 향상보다 과도한 스펙 경쟁에 내몰리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새로운 채용 트렌드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기업은행 채용자에 다양한 기회 제공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역시 학벌보다는 위기 대처능력 등 면접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면접관들이 지원자의 출신 대학이나 전공 등 일체 이력을 모르는 상태로 면접을 진행하는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했다. 면접위원들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만큼 면접위원 선발 및 교육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이 올해 하반기 채용하는 인원은 총 330명이다. 계열사 가운데 은행권 채용규모는 우리은행이 200명, 경남은행 50명, 광주은행 20명 등이다. 이외에 우리투자증권 10명, 우리에프아이에스 40명, 우리아비바생명 10명 등 비은행계열사도 채용에 나선다. 입사지원서 접수는 9월3∼18일이며, 각 계열사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받을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9월14일까지 학력과 연령 등 지원 자격에 제한이 없는 열린 채용을 진행한다. 모집 분야는 일반분야와 IT분야로 총 210명의 신입행원을 채용한다. 특히 지역할당제를 통해 채용인원의 약 30%를 지방과 인천광역시, 경기 일부지역(안산과 화성 김포 등)의 고등학교 또는 대학 졸업자로 선발한다.
 
채용인원의 약 3%는 장애인 할당제를 통해 뽑고, 약 8%는 보훈대상자를 선발하며 약 20%는 공공기관 청년인턴 수료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또 어려운 가정환경 등으로 충분한 교육기회를 얻지 못해 취업이 어려웠던 저소득층 가정과 다문화 가정 출신,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 가운데 역량과 열정이 뛰어난 지원자를 우대 채용할 방침이다.
 
이밖에 아직 채용 계획을 밝히지 않은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200명 수준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100명 정도씩 채용할 예정이다.
 
◆금융공기업·보험사 공채도 활발
 
올해 금융사 가운데 채용 규모를 늘린 곳은 금융공기업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신입행원 약 60여명을 뽑을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상반기 54명에 이어 하반기에 60명을 추가로 고용키로 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채용한 대졸사원은 총 97명이었다.
 
수출입은행은 올 하반기에 전년보다 두배가량 많은 49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와 비슷한 50여명, 30여명을 각각 채용할 계획이다.
 
보험업계도 본격적인 신입사원 공채에 들어갔다. 다만 채용 규모는 예년보다 조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LIG손해보험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50~60명을 뽑을 계획이며 동부화재는 지난해와 비슷한 80명가량을 선발한다. 대한생명도 지난해와 비슷한 대졸 100명, 고졸 50명 정도를 뽑는다. 반면 삼성화재는 아직 채용규모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기상황을 감안해 채용인원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채용한 인원은 150여명이다 . 또 지난해 대졸 공채로 78명을 뽑은 현대해상은 9월 중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채용인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반기 고졸 출신 약진
 
올해 금융권 채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고졸 출신들의 약진이다. 농협은행은 올 하반기 농업·공업계 등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1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지역별 학교 및 학생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16개 시도별로 채용인원을 할당했다. 90명은 전국의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취업 추천을 받고 나머지 10명은 취업박람회를 통해 채용할 계획이다.
 
고졸 출신을 뽑는 것은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하반기 고졸 채용규모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올 상반기 채용만으로도 전년도의 30%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 85명을 뽑은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고졸 신입행원 200명을 채용했다. 입사 직후에는 계약직이지만 2년간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 기회를 얻는다. 지난해 120명의 고졸 행원을 채용한 신한은행도 올해는 전담텔러 등 140명을 선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까지 고졸행원 87명을 선발했고 올해 안에 채용인원을 133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67명에서 올해 110명으로 고졸 행원 채용 규모를 늘렸다. 선발 인원에는 지난해와 달리 남자행원도 36명이나 포함됐다. 예비행원들은 연수를 마치고 12월께 일선 영업점과 IT, 시설관리 분야 등에서 일하게 된다. 산업은행도 역시 올해 120명의 고졸 신입행원을 선발했다. 지난해의 두배가 넘는 인원이다. 이 가운데 60명은 다이렉트뱅킹 전담인력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