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미국 뉴욕증시의 호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등락을 거듭하던 가운데 키프로스 사태를 맞아 지수가 급락세를 나타내다 못해 1950선 초반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지난 21일 코스피는 연기금과 국가·지자체 중심의 기관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매도세 확대로 종이목재와 보험을 제외한 전 업종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0.97% 하락한 1959.41로 마감했다.
지난 14일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002.13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5거래일 만에 2.37%나 급락한 것이다.
이날 코스닥지수 또한 하락세를 나타내며 전거래일 대비 0.31% 하락한 544.56을 기록했다.
◆키프로스, 지중해 태풍? 찻잔속 미풍?
키프로스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다행히도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시장전문가들은 키프로스에 대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키프로스 문제는 국지적 리스크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예금자 과세는 키프로스에만 적용되고, 향후 다른 국가의 구제금융에는 채권자가 일정금액을 탕감하는 채무조정(헤어컷) 등의 전통적인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안 이코노미스트는 “키프로스에 예금자 과세가 적용된 것은 제조업 등 자국 산업을 통한 성장기반이 미약하고, GDP(국내총생산) 대비 은행산업 비중이 높은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이 나라의 외채 가운데 대부분은 은행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실제로 유럽연합은 예금자과세가 키프로스에 국한된 조치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금자 과세가 키프로스에 국한된 조치인 데다 해외거주자 예금(256억유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러시아(200억유로로 추정) 정부가 대출 연장 등을 통해 키프로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단기간내 대규모의 자금 회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키프로스가 유로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여타 지역으로의 위기 전염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 장기차관 제공 등 정책개입이 뒷받침되면서 이번 이벤트는 국지적 리스크로 국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현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전염의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분석했다. 키프로스는 예금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안을 수정, 2만유로 미만의 소액 예금자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는 방안으로 고쳐 올렸지만 의회에서 단 한건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부결됐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가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위험도 존재한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정황으로 본다면 우려하는 상황으로 갈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파급 영향을 고려해봐야 한다”면서 “이 경우 키프로스 경제의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경제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그 파급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당장 영향을 받는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그리스다.
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총 160억달러로 채권국 가운데 가장 크다. 만약 은행들이 이를 손실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위험이 전염될 수 있다.
다만 그리스 은행들의 손실이 더 커진다 해도 그리스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데 무리한 규모가 아니며, 그리스의 상황이 좋지 않아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경우에도 지난해 ECB가 마련해둔 전면적 통화거래(Outright Monetary Transaction:OMT)로 그리스 국채 매입을 통한 ECB 차원의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키프로스 구제금융 관련 불확실성은 잠잠해졌던 유로존의 재정위험을 다시 부각시키는 재료이며, 그 위험의 크기도 더 높일 수 있는 변수"라며 "그러나 늘어난 위험의 크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진정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장 불확실성 요인으로 보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급락 원인은?
그렇다면 대체 왜 국내 시장은 급락세를 나타낸 것일까. 시장전문가들은 국내증시의 급락과 키프로스는 큰 상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해외 악재가 터졌고, 수급적인 요소가 겹치며 지수가 급락했다는 분석이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키프로스발 글로벌 증시 조정은 원래 조정이 필요했었다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구제금융에 대한 패널티가 여타 국가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부분과 회원국의 탈퇴 가능성이 우려의 본질인데, 이미 유럽연합은 전자에 대해 해명했으며 후자와 같은 상황전개를 용인할 개연성은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조 애널리스트는 다만 “일단 키프로스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EU와 ECB, 키프로스정부 모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유로존의 동향을 조금 더 눈여겨 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전지원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한 주요 원인은 펀더멘털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외국인 매도세라는 수급적 요인에 기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강화된 이유는 FTSE의 지수 산정방식 변경과 벵가드 벤치마크 변경과 관련된 지연 물량, 그리고 북한발 리스크 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8일까지는 FTSE가 유동비율을 변경하며 매물이 출회됐고, 19일부터의 매도물량은 지연됐던 벵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을 위한 리벨런싱의 물량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연된 매물소화와 중국증시의 상승추세 확인에 필요한 1주일이 지나면 이후부터는 외국인 수급 상황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