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중동 A아파트에 사는 강모씨(35·여)는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지난달부터 집주인이 월세를 20만원 올려달라며 닦달해서다. 강씨는 현재 보증금 2500만원에 월세 100만원(전용면적 134㎡)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내고 있다.
주변시세를 알아보니 인근 아파트 전셋값은 81㎡ 기준 2억원대. 그동안 모아 놓은 돈에 전세대출을 받으면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한 강씨는 이사를 결심했다. 하지만 그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전셋집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
"지난주에도 아침 일찍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부동산중개업소 5곳을 돌아봤는데 마땅한 게 보이지 않더라고요. 전세물건이 딱 하나 나와 있길래 남편과 상의한 후 다시 찾아갔더니 그 사이에 팔렸다고 하는데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1시간도 채 안됐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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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처럼 강씨가 전셋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최근 전월세시장의 변화를 감안할 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집값 상승에 대한 낮은 기대감과 저금리기조 속에서 집주인들이 하나 같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월세거래량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1년 67.1%에서 올해 58.4%까지 떨어졌다.
그렇다면 지방으로 이사하는 것은 어떨까. 강씨는 남편의 직업 특성상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세의 월세전환은 비수도권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에서는 아파트 외 주택의 월세 물량이 전세 거래량보다 많아졌다.
"집주인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집값도 오를 기미가 안 보이고 은행이자보다 월세수익이 높은데 당연히 월세를 놓고 싶겠죠. 하지만 월세살이에 지친 서민들의 작은 꿈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씨는 결혼 6년차 주부다. 5살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작은 집 하나 마련하는 게 그의 소박한 꿈이다. 이제 3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월세살이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세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10·30전월세대책'을 발표했지만 강씨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어 보인다. 정책방향이 '월세지원' 쪽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전세가 사라지는 데 정부가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세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전셋값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강씨의 꿈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