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부르셨죠? 거의 다 왔습니다.” 스마트폰에서 택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켜고 현재 위치를 입력하자 택시기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택시기사의 이름과 차량번호, 차종이 내 폰에 뜬다. 손을 들어 택시를 세우던 시대에서 손가락으로 찍어 택시를 부르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승객과 택시기사를 연결해주는 택시앱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중소 IT업체가 주도하던 이 시장에 최근 다음카카오, SK플래닛 등 대기업도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모바일 콜택시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형국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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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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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주도시장에 뛰어든 거인들

택시앱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다. 기존 콜택시서비스와 비슷하지만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택시 잡기 어려운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유용하다. 콜센터를 거치지 않고 앱을 통해 바로 택시를 부를 수 있어서다.

기존 콜택시의 경우 안내원과 통화연결 후 목적지까지 가는 택시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 도로변에서 택시기사의 연락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손님 지역에 차량이 없어 배차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으면 허탈해지기 일쑤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택시기사가 근처에 도착하면 자신이 있는 곳의 자세한 위치를 알려줘야 한다. 통화를 두번 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택시앱은 전화 통화 없이 손가락으로 호출만 하면 승객이 있는 곳 주변에 있던 택시가 알아서 달려온다. 스마트폰의 GPS장치를 통해 소비자의 위치가 정확히 전달되는 것은 물론 콜비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사용방법은 이렇다. 앱을 실행한 뒤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사용자가 있는 위치에서 가까운 택시기사의 사진과 차종, 차량번호, 도착예정시간 등이 수신된다. 앱상에서 이동 중인 기사에게 전화나 문자를 할 수 있고 콜 요청을 취소할 수도 있다. 목적지까지의 빠른 경로와 예상시간도 알려준다. 택시기사나 이용자가 택시앱의 등장을 환영하는 이유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서비스다 보니 현재 택시앱의 주요 이용자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세대다.

국내 택시앱시장은 지난 2013년 8월 글로벌 차량 공유서비스인 우버가 상륙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우버는 택시면허가 없는 일반운전자도 승객을 태울 수 있게 해 불법논란에 휩싸였고 올 초 사실상 철수했다. 우버가 한국시장에서 물러나자 일반택시를 이용하는 ‘합법 택시앱’이 빈자리를 노리고 나섰다. 합법 콜택시앱은 택시운전면허증을 보유한 기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모바일 콜택시시장은 10여개의 중소 IT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이지택시가 국내 최초로 택시앱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앱택시, 백기사, 리모택시, 고양이택시, M택시 등의 앱서비스를 갖춘 중소 IT기업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대기업까지 가세했다.

택시앱 경쟁에 불을 지핀 쪽은 카카오택시다. 지난 3월 말 모바일메신저 서비스업체 다음카카오가 출시한 카카오택시는 등장 그 자체만으로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카카오택시는 이미 나비콜, 엔콜 등 기존 콜택시서비스보다 많은 택시기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전국 콜택시협회에 등록된 6만3000여대의 택시 중 4만여대가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제공=리모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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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택시, 앱서비스(왼쪽)와 이지택시앱 / 사진=이지택시캡처
리모택시, 앱서비스(왼쪽)와 이지택시앱 / 사진=이지택시캡처

◆IT업계 ‘O2O’ 2라운드

택시앱이 시장의 이목을 끌자 후발주자들의 공격도 본격화됐다. 우선 SK플래닛은 ‘T맵택시’서비스를 이달 21일부터 개시한다. 내비게이션 앱 부동의 1위인 T맵을 기초로 만든 서비스여서 택시앱시장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SK플래닛 측의 설명이다.

T맵택시는 T맵의 실시간 길 안내서비스와 연동된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다. 따라서 SK플래닛은 180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확보한 T맵을 통해 도로상황 변화에 따른 도착시간 지연 여부를 서비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카드 티머니를 발행하는 한국스마트카드도  모바일 택시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21일 택시앱 ‘티머니택시’를 출시했다. 한국스마트카드의 경우 택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티머니를 발행하기 때문에 택시앱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티머니사업으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택시앱 서비스와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다. 따라서 카카오택시, T맵택시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포털공룡 네이버도 택시앱을 만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아 시장을 주도하던 기존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3월 교통안전공단과 ‘전국 택시 통합콜서비스 이용 편의증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본에서는 택시앱인 '라인택시'를 서비스 중이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국내에서 라인택시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선 택시앱 경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택시앱이 줄줄이 등장했지만 차별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연구원은 “최근 카카오택시, T맵택시 등 대기업에서도 콜택시 서비스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사실상 기존 택시앱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경쟁해야 할 업체는 늘어나는데 나가는 마케팅비용에 비해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어 결국엔 업체들이 콜비를 받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올해 말이나 내년쯤 성능, 브랜드인지도 등에 의해 시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냐, 시장 퇴출이냐를 놓고 택시앱업체들의 사활을 건 대결이 시작됐다.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편리한 쪽으로 이용자는 몰린다. 초기의 고객 확보가 앞으로 사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