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증권시장을 대표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가 현대차다. 삼성전자에 이어 코스피시장 ‘넘버2’(시가총액기준)인 현대차는 올 들어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 2010년 주식시장에서 현대차는 대세였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증권시장의 주도주로 군림했다. 그렇게 잘나가던 것도 잠시, 지난해 현대차는 연초 대비 28.5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4.76% 하락)보다 23.78%포인트나 더 떨어졌다.
부진한 모습은 올해도 이어졌다. 올 들어 코스피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1.05% 상승했다. 반면 현대차는 등락을 거듭하다 연초와 같은 16만90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유동성 파티가 진행되며 시장에서 ‘버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임에도 현대차는 기를 펴지 못했다. 현대차의 주가는 언제쯤 반등할 수 있을까.
◇ 예상대로 부진한 1분기 실적
지난달 23일 현대차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매출액은 20조942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3.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8.1% 줄어든 1조588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1조9832억원으로 2.2% 줄었다.
현대차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영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영업이익 부진요인으로 ▲가동 및 조업 축소 ▲미국에서의 모델 노후화에 따른 대당 인센티브 상승 ▲금융과 기타사업부의 마진 악화 등을 꼽았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1분기 실적이 저조한 데 대해 ‘알려진 악재’로 평가한다. 따라서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이현수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 등으로 인해) 이미 불리한 영업환경에 처해 있는 데다 1분기 실적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1분기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실적 부진 이슈가 해소됐다는 점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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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 호전은 언제쯤?
그렇다면 현대차의 실적 호전은 언제쯤 가능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이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한 회복세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더 이상 악화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윤석 SK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부터는 실적이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1분기 발표된 신형 투싼의 신차효과를 2분기부터 온기로 기대해볼 수 있고 3분기 아반떼, 4분기 에쿠스 등 신차출시가 순차적으로 계획돼 있다”며 “올해 현대차의 매출액은 90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8% 증가할 것이며 영업이익은 7조3000억원으로 3.3%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당장 2분기부터 ‘눈에 보이게’ 실적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원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는 공장 출하가 정상화되며 완만한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인 인센티브 증가, 환율, 승용차 시장의 경쟁격화 등으로 인해 2분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이익이 증가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김평모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예 “올해는 와신상담의 해”라고 밝혔다. 2분기 이후 주요 지역 내 본격적인 시장점유율의 반등이 기대되지만 실적 자체는 크게 오르기 어렵다는 것.
다만 김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공격적 지역판매 강화전략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제네럴모터스(GM)나 폭스바겐(VW)을 비롯한 경쟁사의 경우 수익성 악화 우려로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지하거나 철수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경쟁사와 반대로 오히려 해당 지역의 판매를 강화했다.
그는 “신흥국 환율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는 내년 이후 해당 지역 내 브랜드 지위 강화 및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미국, 유럽 및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인센티브를 확대할 계획임을 감안하면 해당 지역 내 시장점유율 역시 본격적인 반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배당 매력 부각되나
전문가 대부분은 현대차의 실적이 올해를 넘겨야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단기적 투자 매력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현재 현대차의 주가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가격적인 면에서 기업가치 대비 저렴하다는 것. 김동하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에 대해 “잃을 게 없는 주가(수준)”라고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의 주가는 이익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은 수준이다. 하반기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있다. 현대차가 지난 1월 발표한 2014영업년도 주당 배당금은 3000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34% 증가한 금액이다. 현대차는 한전부지를 매입한 이후 주주이익 환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재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가 지난해 배당금을 54% 늘렸지만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11%로 글로벌 경쟁사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며 “현대차의 배당성향은 중장기적으로 27%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중간배당에 대한 기대도 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중간배당금 지급을 고려하고 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분기 말에 중간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현대차의 배당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실적이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배당성향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이는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