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제너럴모터스) 판매 대리점들이 생존의 한계선에 내몰리고 있다.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임대료와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본사와 노조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실제 매출과 비용을 떠안는 대리점들은 사실상 집단 고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한국GM의 내수 판매는 총 1만3952대로 전년 동기(2만3023대) 대비 39.4% 감소했다. RV 부문 판매는 1만3854대로 1년 새 38.9% 줄었다. 주력 모델인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1만1159대로 35.6% 축소됐으며 ▲트레일블레이저는 2349대로 40.5% ▲트래버스는 59대로 93.6% 급감했다. ▲타호(43대, -65.6%)와 ▲시에라(230대, -23.3%)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상용차 판매는 96대로 지난해보다 72.3% 줄었다.
판매량이 줄면서 문을 닫는 대리점도 늘고있다. 전국에 300곳에 달하던 한국GM 대리점은 현재 64곳으로 줄었다. 연락사무소를 포함해도 99곳 수준이다.
대부분의 대리점은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최근 월 판매량이 1000대를 밑돌면서 대리점 한 곳당 월평균 판매량은 15대 안팎에 그친다. 하루로 환산하면 0.5대 수준이다. 수도권 기준으로 월 30~40대는 팔아야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다.
대리점들은 문제의 원인이 2년 가까이 이어진 신차 공백이라고 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기존 모델 외에 내수 시장을 끌어올릴 신차가 없다.
한국GM이 최근 발표한 3억달러(약 4400억원) 투자 계획 역시 대리점의 불안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투자금의 구체적인 용처와 집행 시점이 공개되지 않았고 국내 생산 신차나 신규 라인 투자 계획도 포함되지 않았다.
내년 도입 예정인 신차 4종이 모두 수입 모델로 구성된 점도 대리점 입장에서는 한계로 꼽힌다. 수입차 확대는 단기적으로 판매 라인업을 보완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내수 회복이나 네트워크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논란 역시 대리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는 전국 300여 개 협력 서비스 네트워크가 있어 서비스 공백은 없다는 입장이나 철수설과 맞물린 정비 이슈는 소비자 불안을 키운다. 판매 현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서비스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고 있지만 이를 명확히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본사와 노조의 불협화음 역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노조의 강경한 발언과 투쟁은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매출 감소나 고정비 부담은 대리점 몫이라는 주장이다.
한국GM이 내년 GMC와 뷰익(Buick) 브랜드를 국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신차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두 브랜드 모두 국내 생산이 아닌 수입 모델로 내수 판매를 단기간 보완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침체된 판매망을 구조적으로 회복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리점들은 GM이 한국 시장에 남겠다는 의지를 증명하려면 보다 직접적인 신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추상적인 투자 규모나 포괄적인 사업 지속 선언보다 어떤 차를 언제 국내에서 생산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생산 신차가 배정되지 않는 한 판매망을 유지할 명분도 체력도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인식이다.
한 대리점주는 "한국GM 발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투자와 사업 계획이 보다 구체적으로 공유된다면 현장에서도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철수 가능성을 계속 거론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는데 그 여파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곳은 판매 현장"이라며 "노조가 회사와 상생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국GM 관계자는 "내년에 GMC 3개 차종, 뷰익 1개 차종 순차적 출시 예정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차종과 출시 시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첫 번째 신차는 허머 EV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