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이 하나 있다. 처음에는 물이 조금만 찬 상태여서 물고기들이 노닐 공간이 부족했다. 물고기들의 아우성에 주인은 물을 부어줬다. 놀 공간이 넓어진 물고기들은 계속 더 신선한 물을 원했다. 물은 점점 불어났고 마침내 넘칠 듯이 가득 차올랐다. 보다 못한 주인은 어항이 깨질 것을 염려해 물을 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상반기 글로벌 증시 상황이 이렇다. 지난 2008년 이후 양적완화(QE) 기조를 이어온 미국과 함께 매달 600억유로를 쏟아 붓는 유럽,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하해 통화를 공급한 중국이 유동성 장세를 만들었다. 하지만 영원히 물을 부을 수는 없는 법. 미국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갖겠다는 문구를 삭제하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하반기 글로벌증시의 향방은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미국 금리인상 우려… ‘선반영’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인내심’ 문구 삭제 이후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시점이 6월일지 9월일지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아직까지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도 시각이 엇갈리는데 시장의 의견이 통일되길 바라는건 어불성설이다.

FOMC 내에서 중도파로 통하는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꾸준히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1분기 미국의 경기지표가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최근에는 신중한 모습이지만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반면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올해 금리를 인상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연설문에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지표를 살펴보면 미국이 인적자원을 더 활용함으로써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준이 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반기 증시 전망-하] 미 금리인상?

연준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지표는 물가상승률과 고용지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본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고용지표는 점차 개선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는 22만3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22만8000명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올라섰다. 실업률도 5.4%로 지난 2008년 5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통상 실업률 5.5%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업으로 간주한다.

전문가들은 같은 지표를 두고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았지만 9월 금리인상설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월 고용지표의 정상화는 1분기 미국 경기둔화가 기상악화와 서부항만 파업 등에 기인한 일시적인 부진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며 “연준이 9월 FOMC에서 첫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6월 금리인상설을 지지하는 쪽은 지난 3월 FOMC 회의록에 주목한다. 여기에는 기존 ‘인내심’ 문구를 삭제하는 대신 ‘물가목표 달성에 대한 합리적 확신’을 금리인상 조건으로 추가했다. 이를 목표 물가상승률에 도달하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추세적인 상승이 일어나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한 것이다. 실제 미국의 물가는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보이며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상승 추세로 전환했다.

그렇다면 미국증시는 어떻게 움직일까.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시기가 6월이든 9월이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언제 금리를 인상하든 일시적인 조정은 피할 수 없지만 이미 시장에는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됐기 때문에 충격이 적을 것”이라며 “9월로 인상시기가 미뤄지면 시간차로 인해 충격이 소폭 완화되겠지만 별다른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강력한 중국정부의 부양 의지

세계 경제규모 2위의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도 미국의 금리인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통화완화정책을 사용한 중국은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입돼 경기부양의 동력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중국에서 달러화가 유출돼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최근 중국 증시의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나오며 조정받는 모습을 보인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중국시장이 하반기에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정부의 정책이다. 하반기에 선강퉁(선전과 홍콩증시의 교차거래) 시행이 확실시 되는 등 지속적으로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 중인 중국정부의 방향성은 중국증시의 가장 큰 상승모멘텀임에 틀림없다는 의견이다.

김재호 리딩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당국이 신생기업과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보유한 기업에 종합납세평가와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발표했다”며 “당국이 부가가치세와 판매세를 면제하는 정책에 이어 추가로 기업의 세금부담 줄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는 리커창 총리가 추진하는 산업 고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기업들이 국가 경제성장세 둔화 여파로 악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 경제지표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할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부진하게 나온 것이 오히려 정부의 강한 부양책을 부추겼다는 의견도 나왔다.

HSBC 4월 서비스업 PMI는 52.9를 기록하며 전월의 52.3을 상회했다. 반면 제조업 PMI는 48.9로 1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잠정치 49.2와 기준선 50을 밑돌았다. 이로 인해 종합 PMI는 전월 대비 0.5 하락한 51.3을 기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함에 따라 주식시장이 조정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중국정부는 추가 금리인하뿐 아니라 재정정책을 확대하는 등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