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 드라이브가 걸릴까. 우리은행은 앞서 4차례나 민영화에 실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은행의 통매각 방식을 버리고 분할매각으로 방향을 바꾸며 다시 민영화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놔 관심이 쏠린다.

◆정부, 분할매각으로 선회

정부가 검토 중인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의 요체는 분할매각으로의 선회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우리은행 보유지분의 일괄매각을 과감히 포기하고 과점주주에게 분할매각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뚜렷하다.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48.06%를 5~10곳의 과점주주에게 나눠 매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일괄매각을 고수했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입찰과정에서 매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4차례나 실패를 맛봤다. 정부가 보유지분의 일괄매각을 고집하지 않고 분할매각으로 경로를 변경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보유지분을 과점주주에게 분할매각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리은행의 연내 민영화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지분을 나눠서 팔면 인수대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분규모가 커서 일괄매각은 애초부터 어려웠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정부는 보유지분 중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는 30%를 일괄매각하고 23.76%를 쪼개 팔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내놨다. 그러나 30%에 대한 인수대금이 3조원을 넘어서면서 부담으로 작용해 매각이 불발됐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분할매각으로 갈아타면 인수대금이 줄기 때문에 일괄매각을 시도할 때보다 민영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직 정부는 매각방식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투자자 조사를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수요조사를 통해 기관투자자 등 잠재적 투자자에게 의견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은행의 연내 매각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1 최영호 기자
/사진=뉴스1 최영호 기자

◆삼성차 승소 이익 빼면 반토막
정부가 보유지분을 나눠서 매각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우리은행도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분발하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지난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또 이틀 뒤인 지난 16일에는 영국 런던 등 유럽에서 투자설명회를 실시했다. 우리은행은 이 자리에서 투자가치를 설명하고 지분인수입찰 참여의사를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이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꺼낸 카드는 1분기 경영실적이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 29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총자산은 279조4000억원으로 1분기에만 9조8000억원(3.4%)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94%로 지난해 4분기보다 0.16%포인트 하락하며 자산건전성 개선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배주주 순이익도 2908억원으로 시장기대치를 상회했다.

그러나 매각가치를 높이려는 우리은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은 1분기에 꽤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삼성자동차 소송 승소 관련 비정상이익이 1320억원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1분기 실적은 시장예상치에 거의 부합했지만 삼성차 소송 승소 관련 특별이익을 감안하면 순이익은 1590억원으로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다. 1분기 순이익 2910억원에서 반토막 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순이익이 반토막 가까이 감소했다는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평가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삼성차 소송 관련 비정상수익이 발생했지만 성동조선해양 등과 관련된 비정상손실이 1000여억원에 달해 1분기 순이익은 직원들이 순수하게 올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전 분기 대비 0.06%포인트 하락하면서 1.45%를 기록해 은행권 하위에 머물렀다. 기준금리 하락 속에서 각각 1.91%와 1.72%의 순이자마진을 유지한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과 비교했을 때 우리은행의 수익성은 저조하다.

부실채권도 만만찮다. 올해 1분기 우리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94%로 전 분기대비 0.16% 개선됐다. 그러나 업계 선두권인 신한은행(0.98%), KB국민은행(1.28%), 하나은행(1.24%)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채용규모 확대, 걸림돌 우려

여기에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부분도 걸림돌이다. 민영화를 준비 중인 우리은행으로서는 채용규모 확대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올해 채용규모 확대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주문에 따른 것이라 우리은행으로서도 고심 끝에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애초 정규직 직원과 경력단절여성 등 40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규직 직원을 상반기에 200명, 하반기에 270명을 각각 선발하고 경력단절여성 330명을 연중 수시로 뽑아 올해 총 800명을 충원하기로 하면서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은행이 올해 400명을 추가 채용하면 신입직원 평균 연봉(4450만원)을 고려할 경우 앞으로 1년간 정규직 직원 470명에게 지출되는 비용은 209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경력단절여성 330명(연봉 1600만원)에게 53억원이 들어가 1년간 총 262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의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인력 고용이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각방식이 결정되고 우리은행이 몸집 키우기에 성공하더라도 민영화 성공 여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은행권은 수년째 저성장·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당연히 은행 매물에 대한 투자 매력도 하락세다. 우리은행이 매각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또 분할매각을 하면 경영권을 가져갈 수 없고 단순투자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은행에 관심을 가졌던 기업들도 지분인수에서 손을 떼거나 섣불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매각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과연 누가 투자에 나설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사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