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칭타칭 대한민국 평균 직장인인 김직딩 대리의 일과를 들여다보자. 오전 6시 기상. 샤워를 한 후 아메리카노 한잔에 토스트 하나를 구워 먹은 뒤 정장을 차려입고 6시45분 집을 나선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회사에 도착. 시계를 보니 오전 8시30분이다. 

여기서 문제, 김 대리는 일어나서 회사에 도착하기까지 몇개의 물발자국을 남겼을까. 표면적으론 샤워할 때와 아메리카노에 담긴 물 정도가 눈에 띈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그가 자고 일어난 침대부터 먹었던 토스트, 입었던 정장, 대중교통에 이르기까지…. 온통 물발자국이 찍혔다.

“저벅 저벅 저벅.”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까지 매 순간 우리는 물발자국을 남긴다. 마시고 샤워하고 요리하고…. 물은 곧 생활이자 생존의 버팀목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다. 평범한 성인이 생활하면서 하루 동안 찍는 물발자국은 과연 얼마나 될까. 기자의 하루 일과를 통해 ‘물발자국 24시간’을 산정해봤다. 

[커버스토리] 오늘 난, 4만리터의 물을 썼다

[AM 6:30] 기상~출근길
“어서 일어나~. 그러다 지각할 거야.” 오전 6시30분. 휴대전화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냉장고를 열어 마신 물 한잔과 함께 물발자국 일과 시작.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하고 양치를 했다. 마신 물과 세수, 양치까지, 눈 뜬 지 10여분 만에 4ℓ의 물발자국이 찍혔다. 드레스룸으로 가 청바지와 티셔츠로 옷을 갈아입은 뒤 간단한 식사를 했다. 아침밥은 주로 거르는 편. 사과 1개와 계란 1개로 대신한 뒤 오전 7시30분. 구두를 신고 집을 나왔다.
(양치+세수= 4ℓ, 티셔츠 1벌= 4000ℓ, 바지 1벌=1만2000ℓ, 신발 1켤레= 8000ℓ, 사과 1개= 150ℓ, 달걀 1개= 196ℓ, 기타=30ℓ) 

[커버스토리] 오늘 난, 4만리터의 물을 썼다

[AM 8:30] 기자실 도착~점심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위치한 기자실에 도착. 집에서 기자실까지 거리는 10km 남짓. 곧바로 컴퓨터를 켜서 업무를 본 뒤 가까운 커피숍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서 마셨다. 취재에 필요한 자료를 찾던 중 중요한 자료를 발견, A4 5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출력했다. 정신없이 오전 업무를 보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 11시50분, 약속장소를 찾았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평소 좋아하는 샤브샤브. 육수에 야채를 넣고 소고기를 익혀 먹는 맛이 일품이다. 샐러드와 칼국수, 죽까지 빠짐없이 싹싹 비웠다.
(10km 이동= 7.6ℓ, 커피 1잔= 140ℓ, A4 5장= 50ℓ, 샤브샤브 1인분= 2169ℓ)

[커버스토리] 오늘 난, 4만리터의 물을 썼다

[PM 1:00] 오후 업무 시작~퇴근
점심을 먹고 가볍게 산책한 뒤 오후 1시 다시 기자실로 돌아왔다. 오후 업무를 보고난 뒤 3시 티미팅 시작. 취재원과 차 한잔, 초콜릿을 곁들여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니 4시. 이번 마감과 창간특집호 준비에 매달리다 보니 후다닥 하루가 지나갔다. 오후 7시께 노트북을 종료하고 업무에서 잠시 ‘탈출’했다.
(초콜렛 0.3kg= 8000ℓ, 차 1잔= 25ℓ, 기타 =35ℓ) 

[커버스토리] 오늘 난, 4만리터의 물을 썼다

[PM 8:00] 집안일~저녁시간
모처럼 저녁 약속이 없다. 다시 10km를 달려 집에 도착, 밀린 집안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린 뒤 저녁 요리를 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소불고기와 미역국, 그리고 계란말이. 남편이 퇴근한 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쳤다. 다시 설거지를 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 샤워를 하고 나와 TV를 시청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여유로운 시간. 최근 요리 프로그램에 푹 빠진 남편은 오후 10시가 넘자 다시 출출하단다. 늦었지만 야식을 먹기로 했다. 버터토스트를 만들어 맥주와 함께 먹고 나니 시계는 어느새 12시를 향한다. 뒷정리와 양치를 하고 잠자리에 누우니 시간은 자정을 넘었다.
(10km 이동= 7.6ℓ, 설거지 2회= 240ℓ, 저녁 식사= 2300ℓ, 야식= 400ℓ, 맥주 2잔= 148ℓ, 양치+샤워=400ℓ, 기타=95ℓ)
◆ 하루 물발자국, 평생 먹는 물의 양과 맞먹어


이로써 기자는 아침(2만4380ℓ)부터 점심시간(2367ℓ)까지 2만6747ℓ의 물을 사용했고 오후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1만426ℓ에 3590ℓ를 더해 1만4016ℓ의 물발자국을 찍었다. 하루 동안 총 4만763ℓ의 물발자국을 남긴 것이다. 물론 평소 사용하는 가구나 가전제품의 제작과정에서 소비된 물발자국은 포함하지 않았다.

4만ℓ의 물발자국. 사실 처음엔 이 양이 많은지 적은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당장 떠오른 것은 마시고 씻을 때의 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따져보니 4만ℓ의 물은 실로 엄청났다. 물 4만ℓ는 성인남성이 평생 마시는 물의 양, 즉 한사람이 하루에 1.5ℓ씩 마시면서 7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이는 가로 5m, 세로 4m, 높이 2m의 물통을 가득 채우는 양과도 같다.

비록 하루짜리 체험이었지만 물발자국을 수치화하고 나니 물 소비패턴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우선 물발자국을 작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기로 했다. 물을 받아 사용하는 습관부터 기르는 게 첫번째 약속. ‘물쓰듯’ 써온 물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기 위해 뗀 첫걸음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