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은 ‘시골촌놈’. 충남 부여군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교 2학년 때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었다. 어려운 집안환경 탓에 상고를 나와 은행에 취직했다.


그로부터 35년. 시골촌놈이 국내 최대은행의 수장이 됐다. 함영주 KEB하나은행 초대 행장이 국내 은행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열었다. 9월1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친 ‘KEB하나은행’이 함 행장을 선장으로 닻을 올렸다. 

함 행장은 ‘큰 은행보다 강한 은행’의 꿈을 꾼다. 통합과정에서 난 생채기를 보듬고 단단한 ‘하나 되기’로 시너지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 그의 몫이다. “조기통합은 대박”이라는 하나금융의 청사진을 함영주號가 현실에서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낮은 자세’로 화학적 통합 


함영주 초대 행장의 취임은 금융권에서 매우 파격적인 실험으로 평가된다. 하나금융이 지난 7월 조기통합에 합의한 후 행장 후보를 물색할 때만 해도 하나은행 부행장이었던 그는 ‘페이스메이커’(경주 등에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당시 양행의 현직 행장(김한조 외환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중 어느 쪽의 선택도 모범답안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하나금융 내부에선 김정태 회장이 통합은행장을 겸임하는 방안이 대두됐으나 결국 함 행장이 깜짝 발탁됐다. 


KEB하나은행의 시급한 과제는 외형뿐 아니라 기업문화까지 하나가 되는 것이다. 행장 발탁 당시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이를 주목했다.



첫 출발은 순조롭다. KEB하나은행 임직원들은 “희망과 용기를 준 인사”라며 함 행장의 취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함 행장이 학력이나 출신에 무관하게 은행장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함 행장은 말단 은행원에서 통합은행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며 피인수은행이었던 서울은행 출신이다. 외환은행 출신의 한 직원은 “함 행장 역시 서울은행 출신으로 피인수은행 직원으로서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한 적이 있어 상대적으로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각별한 직원 사랑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함 행장의 좌우명은 ‘낮은 자세로 섬김과 배려’다. 충청영업그룹을 이끌 때는 1000여명 전직원의 이름과 생일, 신상과 애로사항을 기억할 정도로 직원을 보듬는 정성이 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직원들과 야간 산행을 가진 뒤 직접 직원들의 발을 닦아줘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행장으로서의 첫 공식일정도 외환은행 노조 방문이었다. 금융권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조직문화 융합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에도 함 행장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영업 달인’, 영업력 확대 진두지휘


KEB하나은행이 진정한 리딩뱅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영업력 회복이 급선무다. KEB하나은행(자산 290조원)은 규모 면에서 국민은행(282조원)을 제치고 은행권 1위의 위용을 자랑한다. 그러나 수익성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지난 상반기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3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53억원) 대비 24.2%나 떨어졌다. 국내 6개 시중은행 중 최하위 수준이다. 통합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으면서 실적이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영업력 회복은 함영주 행장의 능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함 행장은 취임 직후 ‘영업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기존 4개의 영업그룹(채널1·2, 영남, 충청)이 6개 그룹(서울 동·서, 경기, 호남, 영남, 충청)으로 확대됐다. 또 혁신전문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그룹 산하의 자산관리분야를 따로 떼어내 자산관리그룹으로 키우고 행복노하우사업본부를 신설했다. 국내 금융권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PB(프라이빗뱅킹)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은퇴설계를 통해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핀테크를 전담하는 미래금융사업본부는 미래금융그룹으로 격상했다.


대신 당초 도입이 검토됐던 영업부문장직은 신설하지 않았다. “영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함 행장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함 행장은 지난 2013년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맡았던 때 연간 경영평가에서 하나은행 영업그룹 중 1등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2등을 기록했다. 


함 행장의 또 다른 별명은 ‘리틀 김정태’다. 영업통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닮은 점이 많다. 서울은행 출신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하나금융 내에서 비교적 중량감이 크지 않았던 함 행장이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이 된 데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깊은 신뢰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함 행장에게는 ‘양날의 칼’일 수 있다. 학벌·지연 등 라인에 얽매이지 않은 그의 발탁이 오로지 실력에 의한 것임을 이제 함 행장이 입증해야 한다. 함 행장의 임기는 오는 2017년 3월까지다.

 ☞ 프로필
▲1956년 충남 부여 출생 ▲강경상업고등학교 졸업 ▲단국대 회계학과 졸업 ▲1980년 서울은행 입행 ▲1990년 서울은행 기업분석부 조사역 ▲2002년 서울은행 수지지점 지점장 ▲2004년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 지점장 ▲2005년 하나은행 가계영업추진부 부장 ▲2006년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 본부장 ▲2008년 하나은행 부행장보 ▲2013년 하나은행 부행장(충청영업그룹 대표) ▲2015년 9월 KEB하나은행 초대행장 취임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