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건설사들은 올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총 51만가구에 이르는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34만4887가구는 물론 2010∼2013년 평균치인 29만가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계약률 살펴보니… 초라한 '성적표'
문제는 모든 신규 분양단지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청약은 대박을 쳤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한 사례도 흔하다. 이런 현상은 '청약 불패'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정도로 열기가 높았던 동탄2신도시와 부산 등지에서도 속출했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10월 국가통계포털(KOSIS)을 통해 공개한 '지역별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에 따르면 3분기 분양률은 87.7%로 1분기(89.5)보다 1.8% 포인트, 2분기(92.2%)보다 4.2% 포인트 하락했다.
세부 지역별로는 서울의 3분기 분양률이 95.7%로 2분기보다 4.3%포인트 떨어졌다. 인천 역시 83.3%를 기록, 16.7%포인트나 하락했다. 다만 경기는 92.4%로 3.2%포인트 올라 1분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 |
부산은 90.8%로 2분기 완판(100%) 행진의 끝을 맺었다. 2분기 분양이 없던 대전은 87.1%, 세종은 100%로 각각 1분기 보다 12.9%포인트 하락, 0.3%포인트 상승으로 성적이 갈렸다. 울산과 대구는 100%로 2분기와 같았고 광주는 97.9%로 0.5%포인트 올랐다.
이밖에 ▲제주 100% ▲경북 92.4% ▲전북 83.7% ▲경남 79.7% ▲전남 79.6% ▲충남 76.6% ▲강원 58.8% ▲충북 49.3%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충북이 44.3%포인트 곤두박칠며 2분기 대비 반토막이 났고 39.6% 포인트 급락한 강원은 전국에서 내림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전국 16개 시·도 중 서울을 비롯한 10개 지역은 2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충북과 충남, 전남, 경남 등 4개 지역은 올해 단 한번도 실적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줄곧 악화일로를 걸었다.
범위를 넓혀 권역별로 봐도 5대 광역시와 세종시(2분기 99.8% → 3분기 95.9%), 지방(2분기 91.2% → 3분기 77%)의 상승세가 모두 꺾였다. 수도권(2분기 91.7% → 3분기 92.1%)만 소폭 올랐을 뿐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올해 호황을 누린 지방은 내년 하반기나 2017년 초 이후 미분양, 미입주, 역전세난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조한 계약률 '시장침체' 신호탄?
해당 통계는 HUG가 주택분양보증상품에 가입하고 입주자 모집 승인을 받은 30가구 이상 민간아파트의 분양 개시일 이후 3∼6개월 이내 맺은 계약을 전수조사해 지역별 평균치를 계산한 수치다.
건설사의 신고로 통계가 작성되다 보니 대외 이미지와 신뢰도 하락을 우려한 건설사가 곧이곧대로 신고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실제 초기분양률은 더욱 낮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약 성적이 좋은 지역에서도 투자자들이 빠지고 가격 거품도 사그라져 실수요자들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공급과잉과 대출 규제, 미국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내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우려는 단순한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9월 3.3㎡당 평균 분양가는 5대 광역시와 세종시가 4.3%포인트(864만원 → 902만원) 상승했고 지방도 2.4%포인트(684만원 → 701만원) 뛰어올랐다. 수도권은 5.6%포인트(1369만원 → 1292만원) 줄었다.
![]() |
올해 저조한 성적을 거둔 전남(578만원 → 624만원, 7.9%↑), 경남(759만원 → 794만원, 4.6%↑), 강원(634만원 → 712만원, 12.3%↑)에서조차 분양가는 상승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분양가가 결정되는 당연한 원리와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이런 시장의 왜곡현상은 건설사가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일단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놓고 미분양이 발생하면 '회사 보유분 특별분양' 등의 명목으로 분양가를 대폭 할인해주거나 '전세형 아파트'로 전환하는 방식 등으로 미분양을 털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바탕으로 벌어진다.
결국 최초에 분양을 받은 수요자들의 재산상 손해가 불가피한 구조다. 자신들끼리 사고파는 '돌리기 수법'으로 속칭 '떴다방'이 가격을 부풀린 분양권을 사들인 수요자라면 더욱 그렇다. 할인 분양을 놓고 입주자와 건설사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그동안 내수 경기 회복의 불쏘시개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내세우며 총 11번의 대책을 내놓은 게 화근이 됐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부채질에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났다는 것.
장 팀장은 "부동산시장을 왜곡시키는 가격 거품과 건설사의 관행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는 '2017년 주택시장 대란설'도 결국 정부가 초래한 일"이라며 "정부는 분명 침몰하는 부동산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정책을 내놓겠지만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미 늦은 감은 있으나 정부가 이제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냉정하고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면서 "이는 예비수요자와 하우스푸어, 투자자 등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