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이 웃고 농사 지을 수 있는 ‘조합원의 농협’을 만들겠다.”

새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김병원 농협양곡 대표의 말이다. 50년 만에 첫 호남 출신 인사로 농협중앙회장에 오른 김 당선자는 오는 3월 개최 예정인 결산총회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임기는 4년이다.


농협 안팎에선 그를 두고 “준비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농협의 한 대의원은 “평소 겸손하고 농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회장 당선이) 농협의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또 다른 대의원은 “농민과 임직원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는 사람”이라며 “농협을 개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했다.

◆첫 호남 출신, 3수 끝 ‘역전드라마’ 쓰다

그는 지난 12일 치러진 투표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우선 6명이 출마한 1차 투표에서 이성희 전 낙생농협 조합장이 290표 중 10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김병원 당시 후보는 2위였다. 그러나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가 진행됐고 결국 163표(56.4%)를 얻은 김 당선자가 역전에 성공했다.

그를 두고 농협에선 ‘인간승리’라고 총평했다. 김 당선자는 2007년 농협중앙회장에 처음 도전한 이후 3수 끝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07년 1차 투표에선 최다 득표를 얻었지만 결선에서 최원병 현 회장에게 역전패했다. 이후 4년 뒤에도 최 회장과 맞붙어 고배를 마셨다.


이번이 세번째 도전인 만큼 그의 각오도 남달랐다. 김 당선자는 투표장의 대의원들 앞에서 “위기에 직면한 우리 농협을 조합장과 함께 반드시 구해내겠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그의 호소력은 반대편에 섰던 대의원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호남 출신이란 약점도 이겨냈다. 그의 고향은 전남 나주다. 호남출신이 농협중앙회장에 오른 것은 농협 선거가 치러진 1988년 이후 처음이다. 이후 4명의 회장이 재임했지만 호남 출신은 없었다. 관선 회장 시절까지 합하면 전북 진안 출신의 문방흠 4대 회장(1964~1966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다.

/사진=뉴스1 임세영 기자
/사진=뉴스1 임세영 기자

◆농협 개혁 내세웠지만… 정부와 마찰 불가피
이제 관심은 김병원식 ‘농협개혁’에 쏠린다. 김 당선자는 ▲농협경제지주 폐지 ▲상호금융의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 독립 법인화 ▲중앙회장 선출 직선제 전환 ▲중앙회 내 ‘조합컨설팅지원부’ 설립 ▲협동조합 이념교육관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국민의 농협을 만들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하지만 그의 공약이 모두 제대로 지켜질지는 사실 미지수다. 우선 공약 대부분이 정부 입장과 정면배치되거나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만약 공약 추진을 강행한다면 감독권한이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마찰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것이 농협경제지주 폐지 공약이다. 농협경제지주 폐지 공약은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를 ‘1중앙회-1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2지주회사는 현재 설립된 NH농협금융지주와 내년 1월 설립 예정인 농협경제지주를 일컫는다.

김 당선자는 농협경제지주가 설립되면 지역조합과의 경합사업이 불가피해지는 등 농협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때인 지난 2012년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 정비를 마친 상황이고 농협경제지주도 조만간 출범을 앞둔 상태여서 이번 공약을 실천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내부 관계자의 중론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국민적 합의로 결정된 농협사업구조개편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농협경제지주 폐지는) 불가능한 공약”이라는 입장이다.

중앙회장 직선제 전환도 마찰이 불가피하다. 농협회장은 1961년 대통령 임명제로 시작했다. 이후 1988년 직선제 요구 농민운동이 벌어져 1000여명의 조합장이 선거로 선출하는 직선제로 변경됐다. 이후 직선제 선거는 부정과 비리로 인해 2009년부터 전국 291명의 대의원 조합장과 1명의 현직 농협중앙회장 등 292명이 선출하는 간선제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를 다시 직선제로 변경하려면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찬반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김 당선자 임기기간인 4년 안에 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조합원들의 뜻을 앞세우기보다 직선제를 폐지했던 당시의 상황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김 당선자는 상호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조직을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으로 독립 법인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눈 앞에 직면한 과제는 선거법 위반 논란이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농협중앙회 선거 당일인 지난 12일 특정 후보에게 투표해달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사실을 확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