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침묵'을 깼다. 지난달 27일 대표직에서 물러나 경남 양산으로 내려간 지 8일 만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오현스님의 대표작 '아득한 성자'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아득한 성자'는 2007년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섬세하게 읽어냈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시는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라는 내용이다.
문 전 대표는 "그냥 좋아서, 보여드리고 싶어서 올립니다"라며 "시의 형식은 시조입니다. 시조의 격조와 선시의 심오함이 잘 어우러졌습니다"라고 적었다. 현재 정치권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문 전 대표가 다사다난했던 자신의 당대표 시절을 되돌아보며 촌평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이후 3시간 뒤 오현 스님의 또 다른 시조 '인천만 낙조'를 올렸다. 시는 '그날 저녁은 유별나게 물이 붉다붉다 싶더니만/ 밀물 때나 썰물 때나 파도 위에 떠 살던/ 그 늙은 어부가 그만 다음 날은 보이지 않데'이다. 문 전 대표는 시조를 소개하며 "한글 선시가 이렇게 기막힌 줄을 오현 스님 시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대표직에서 내려온 다음날 지난해 11월14일 경찰의 물대포 진압으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두 달 넘게 중태에 빠져있는 백남기 씨의 병문안을 다녀왔다는 글을 올린 뒤 한동안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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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자료사진=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페이스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