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의 구조와 판매 관행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금융당국의 제재와 책임 강화 움직임 속 전문가들은 ELS 사태를 계기로 고위험 금융상품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곳에 대한 홍콩 ELS 제재심의위원회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28일엔 은행 5곳에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보했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단위 과징금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명백한 구조적 실패' 한 목소리… "보호장치 보완해야"

전문가들은 홍콩 ELS 사태의 본질을 상품 구조와 판매 방식 자체의 한계에서 찾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홍콩 ELS는 상품 자체가 불완전판매 요소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홍콩 ELS가 변동성을 매도하는 구조, 즉 풋옵션 매도 포지션이 내재된 상품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길(수익) 확률은 높지만 한 번 깨지면 손실이 왕창 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손실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가려져 있어 위험 인식이 왜곡되기 쉬운 상품이라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홍콩 ELS 사태는 고위험 파생상품이 충분한 이해 없이 판매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수익성·안정성·환금성이라는 투자 3대 원칙이 결여된 불완전판매 사태"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홍콩 ELS 사태가 고위험 금융상품을 어떻게 설계하고,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판매해야 하는지를 묻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판매 구조와 영업 행위, 책임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 역시 "투자자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고령층 등 비전문 투자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수익만 좇은 관행이 문제" vs "구조적 배경도 봐야"

구조적 문제의 배경에는 은행의 수익 중심 영업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이 너무 돈을 버는 것만 생각하는 관행은 이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의 본질은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데 있지만, 수익을 우선하는 영업 구조 속에서 고객 보호는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비판이다.

윤 전 원장은 특히 "은행은 요구불예금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저비용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며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내는 환경 속에서 수익 창출을 우선하고, 고객 서비스와 자산 관리는 후순위로 두는 인식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점은 되짚어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의 ELS 판매를 은행의 '무리한 영업'으로만 단정하기보다는 규제 환경 속에서 수익 다각화가 제한돼 온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적 배경까지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교수는 "수수료 기반 수익이 제한된 구조 속에서 왜 홍콩 ELS가 무리하게 판매됐는지를 봐야 한다"며 "이런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유사한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와 은행의 위험·책임 부담이 커진 시장 환경에서, 홍콩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은 자연 소멸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규제 강화 여부와 무관하게 책임 구조와 시장 환경 변화로 ELS 판매는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해당 상품을 판매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더하지 않아도 은행 창구에서 ELS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