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2심. /자료사진=뉴시스
가습기살균제 2심. /자료사진=뉴시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1심에서 금고 4년을 선고받은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66)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7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노 전 대표의 항소심에서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징역형처럼 교도소에 수감되는 형벌이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다는 데 차이가 있다.


함께 기소된 김모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62)과 이모 전 홈플러스 법규관리팀장(51)에게는 각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소비자의 안전을 외면하고 강한 흡입 독성이 있는 원료 물질을 사용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벤치마킹한 PB 제품을 판매해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며 "노 전 대표 등은 안전성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품을 출시했고 그 이후에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다수 사람들은 원인도 모른 채 호흡 곤란으로 심한 고통을 받다가 사망하거나 중한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피해자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제품 출시 전에 관심을 갖고 안전성을 확인했다면 이 같은 비극적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회사 임직원들로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고 향후 비극적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에 심각한 위험이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은 것은 당시 관계 법령 등 제도적 미비나 상당 기간 판매됐던 옥시 등 기존 제품의 사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법이 제정돼 피해자와 가족들의 피해가 조금이라도 회복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을, 홈플러스 조모 전 일상용품팀장에게는 금고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롯데마트 관계자, 롯데마트·홈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를 제작한 용마산업 대표 등 4명에게는 각 금고 2년6개월 또는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노 전 대표 등은 2006년 출시된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과실로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본부장 등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과 함께 제품을 안전하다고 광고한 혐의까지 더해져 기소됐다.

1심은 노 전 대표에게 금고 4년을, 김 전 본부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홈플러스·롯데마트 관계자, 용마산업 대표 등 6명에게는 각 징역 5년 또는 금고 3~4년을 선고했다. 홈플러스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전문 지식이나 검증 없이 옥시 제품을 모방, 제조, 판매해 다수 인명 피해를 일으킨 중한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판단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69)는 지난달 항소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징역 7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존 리 전 옥시 대표(48)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원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