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홍정국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지난 10월30일부터 기업분할을 위해 주식거래를 중단한 BGF리테일은 지난 8일 재상장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사이 가맹점들과의 상생을 골자로 한 새로운 경영방침을 내세우고 글로벌시장 진출 등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움직임도 보였다. 그 중심에는 홍정국 부사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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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홍정국 BGF 부사장, 이건준 BGF 대표이사. /사진제공=BGF리테일 |
◆범삼성가 ‘임원인사=경영승계’ 공식
BGF리테일이 ‘홍정국 시대’의 개막을 알린 지난 10월 단행한 임원인사에서다. 전달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이 결정됐고 이에 따라 이건준 당시 BGF리테일 부사장이 투자회사 BGF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됐다. 54세인 이 사장은 내년이면 BGF리테일에 몸담은 지 25년이 된다. 1993년 BGF리테일(당시 보광훼미리마트)에 입사해 영업기획팀장, 전략기획실장,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이 사장이 BGF리테일에서 두루 요직을 지냈고 내부인사인 만큼 업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 인사의 초점은 이 사장이 아닌 홍 부사장(당시 전무)에 맞춰졌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전 회장의 동생이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매형이다. 이에 BGF리테일은 범삼성가로 분류되는데 지난 8월 홍석현 전 회장이 BGF리테일 지분을 블록딜로 정리하면서 홍석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모두 넘겼다. 현재 홍 회장의 BGF리테일 지분은 31.8%다.
홍 회장의 장남인 홍 부사장은 2013년 11월 BGF리테일 입사와 동시에 등기임원에 올랐고 이후 4년도 채 안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선 이런 초고속 승진을 경영승계 수순으로 해석한다.
다만 아직 홍 부사장의 BGF리테일 지분이 0.28%에 불과해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이에 업계는 홍 부사장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BGF리테일이 사업회사 지분 현물출자 후 지주사 지분율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홍 부사장이 초고속 승진과 경영승계에 따른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다행히 홍 부사장은 BGF리테일이 국내 편의점업계 최초로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맹점 상생·BI 개선 ‘변화’
구체적인 움직임도 감지된다. 일각에선 BGF리테일이 최근 CU 가맹점주와의 상생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작업에 나선 것을 두고 홍 부사장의 경영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
BGF리테일은 최근 가맹점주와의 상생방안과 새로운 BI를 선보였다. 주요 내용은 ▲가맹점 생애주기별 관리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연간 800억~900억원 지원 ▲점포 운영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5년간 총 6000억원 투자 ▲스태프 케어 기금 조성 등 근무 환경 및 여건 개선 등이다.
이 중 가맹점 생애주기별 관리프로그램을 보면 신규매장의 성패가 개점 후 1년 안에 판가름 나는 만큼 ‘초기 안정화 제도’ 도입으로 매달 점포 수익금이 ‘최대 350만원+월 임차료’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을 보전해 주던 것을 ‘최대 470만원+월 임차료’로 지원 기준을 120만원 늘렸다. 또한 매출 향상에 큰 영향을 주는 간편식, 유제품 등의 상품 구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월 최대 30만원의 폐기지원금을 지급한다.
이와 함께 BGF리테일은 차세대 점포 운영시스템 구축과 가맹점 운영 효율성 확보를 위해 내년까지 중앙물류센터(CDC) 및 지역통합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또 IoT(사물인터넷)·O2O·보안 기능 등이 대폭 강화된 ‘차세대 POS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BGF리테일의 가맹점 지원규모 확대 방침이 글로벌시장 진출로 인한 마케팅 비용 증가와 겹쳐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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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씨유) 이란 1호점. /사진제공=BGF리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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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시장 진출 ‘시험대’
지난 7월 BGF리테일은 이란 현지의 엔텍합 투자그룹 내 신설법인 ‘이데 엔텍합’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편의점 투자와 운영을 맡은 엔텍합 투자그룹에 BGF리테일이 자사의 브랜드 사용권과 시스템 운영 노하우 등을 제공한다는 계약이다.
BGF리테일 측은 편의점 유통채널이 이란에선 아직까지 생소하지만 이란인의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처음 보는 이에게도 스스럼없이 질문하는 성향 등을 고려했을 때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란인의 주요 활동시간이 저녁부터 심야시간인 점도 CU 이란 1호점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란 1호점 개점 전부터 현지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고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만약 이란에서 CU가 성공적인 유통채널로 떠오를 경우 홍 부사장이 추진하는 해외진출이 원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CU 이란 1호점 개점 당시 홍 부사장은 “이란은 아시아-중동-유럽 대륙을 잇는 전략적 거점이자 인구 8000만명의 중동 최대 시장이다. 특히 테헤란은 인구 1500만명에 이르는 거대도시로 치안 및 도시 제반 여건이 우수하다”며 “이란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신흥시장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홍 부사장의 그룹 장악력이 아직은 미미하지만 사업 추진력 및 경영능력은 어느 정도 보여줬다”면서 “관건은 ‘CU 이란 1호점’ 안착 여부”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가맹점주와의 상생방안은 가맹점 수를 늘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8호(2017년 12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