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엘리샤코이 대표이사. /사진=서대웅 기자
‘엄친아’. 천연화장품회사 엘리샤코이를 이끄는 김훈 대표의 첫인상이다. 과거 회사 모델을 직접 할 만큼 그의 외모는 수려하다. 마치 ‘2세 경영인’처럼 보이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정반대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IT회사에 취업, 5년간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2004년 창업 때 들고 있던 돈은 1000만원에 불과했다. 엘리샤코이는 현재 해외 15곳에 법인을 둘 만큼 성장했지만 승승장구만 했던 건 아니다. 재무지식, 회사경영 경험 부족으로 위기도 맞았고 그때마다 김 대표는 ‘다른 방 문’을 찾았다. 그에게 위기는 늘 전화위복의 기회였다.
◆자정에도 고객상담, 열정으로 신뢰 얻어
‘웰빙’ 열풍이 불던 2004년 김 대표를 창업으로 이끈 건 우연히 본 기사 하나였다. 당시 천연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천연화장품 1인 쇼핑몰을 만들었다. 제품 포장, 택배 발송, 고객 상담 등을 모두 혼자 처리했다. IT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유형에 따른 제품 선호도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등 고객관리에 나섰다. 연간 1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VIP고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고객 50명 정도를 집중 관리했다. 밤 12시에 상담 전화가 걸려와도 상담에 응했다”며 “오히려 고객이 ‘이 시간에 전화를 받으시네요?’라고 놀라더라. 그렇게 신뢰를 쌓아갔다”고 말했다.
2007년 엘리샤코이를 론칭한 건 관리하는 고객에게 싼 가격으로 질 좋은 제품을 건네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당시 천연화장품은 인기가 좋았지만 가격이 비쌌다. 뉴질랜드 현지에서 2만원인 천연화장품이 우리나라에 오면 10만원 이상으로 팔렸다. 그는 “이 정도 품질의 상품을 제 고객도 2~3만원대에 구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브랜드(엘리샤코이)를 론칭했다”고 말했다.
“천연화장품을 쓰는 건 대개 피부 트러블 때문이죠. 이런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교감이 생겼어요. ‘이분한테 맞는 화장품은 어떤 것일까’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당시 유럽·호주·뉴질랜드산의 천연화장품은 품질은 좋지만 현지 가격대비 우리나라 소비자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어요. 화장품을 쓰고 싶은데 가격 때문에 못 사는 고객들에게 보다 싼 가격으로 건네고 싶었어요. 그래서 엘리샤코이를 만들었습니다.”
식물성 허브를 이용해 제품 5개를 론칭했다. 처음엔 쇼핑몰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팔았다. 관리하던 고객을 통해 입소문을 탔다. 피부관리실에 가지 않아도 피부 치유가 가능하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엘리샤코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알려졌다. 질 좋은 상품에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2008년 4월 롯데·신라·동화면세점에 입점하기 전인 2007년 11월 일본에 비비크림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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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엘리샤코이 |
◆위기를 기회로 만든 끈기가 성공비결
2007년 일본 진출은 김 대표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해외시장 개척의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엘리샤코이는 현재 15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 중인데 해외 매출액이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회사가 잘 나갔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경험 부족으로 사업 초기 큰 리스크가 있었다”고 말했다.
“2007년 일본시장에 진출하고 이듬해 한국 브랜드가 일본에 동시에 많이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저희 브랜드가 가격경쟁력으로 일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이보다 더 싼 제품들이 생겨났죠. 9900원짜리 저가 화장품이요. 잘 나가던 저희 회사 비비크림을 팔 곳이 없어졌어요. 초기 사업이 잘 돼서 제품을 대량 생산했지만 이내 낭패를 봤어요.”
그러나 김 대표는 “이 경험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다른 판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홍콩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2010년 12월 홍콩에만 매장 100개를 운영하는 사사(SASA)에 입점했고 바로 ‘홍콩 슈프림 어워드’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2012년 1월엔 인도 홈쇼핑 론칭에도 성공했다. 인도가 홈쇼핑에 화장품을 선보인 건 엘리샤코이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해외시장을 개척했지만 국내시장의 기반은 약했다. 2012년 7월 CJ홈쇼핑에 론칭한 건 국내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두번째 위기가 이때 찾아왔다. 홈쇼핑은 판매액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과 시간당 비용을 내고 판매액 전체를 챙기는 방식으로 나뉘는데 김 대표는 후자를 택했다. 여름시즌 인기몰이를 하던 화장품이 가을을 맞으며 판매가 부진해졌다. 회사는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대표는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눈을 돌렸다.
“남은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다시 해외로 갔어요. 2015년 일본과 대만에 홈쇼핑 론칭을 하고 말레이시아, 필리핀에서도 홈쇼핑시장에 들어갔죠. 특히 대만 모모(MOMO)홈쇼핑에서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어요. 그리고 다시 국내시장에 들어왔어요. 네번 만에 국내홈쇼핑에서 성공했어요. 홈쇼핑으로 힘들었던 일을 홈쇼핑으로 뒤집었습니다.”
엘리샤코이는 2017년 4월 미국 드럭스토어 CVS 입점에 성공했다. 1만개 매장 가운데 2400곳에 입점했다. 국내 올리브영 매장이 1000여곳인 걸 감안하면 큰 시장에 진출한 셈이다. 5월엔 대한민국 우수기업대상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K팝 스타들이 한류열풍을 일으키듯 K코스매틱 열풍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단순히 화장품을 파는 회사에 그치고 싶지 않아요. 제품에 한국의 이미지를 넣고 싶어요. 화장품으로 한국을 알리는 것. 현재 저희 회사의 목표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0호(2017년 12월27일~2018년 1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