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 침 치료를 받기 위해 한의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골절과 같은 부상에는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외과적 처치와 물리 치료, 진통소염제 등 약물 치료를 받겠지만 침 치료를 선호하는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처음 침을 맞으면 대부분 곧바로 통증의 완화를 느끼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에 신기해 한다.
진통제나 물리 치료보다 빠른 효과는 물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약물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침술의 장점이다. 건조했던 눈에는 촉촉하게 눈물이 돌고 지끈거리는 두통 등 극심한 통증이 사라지며 하루 종일 답답했던 속이 쑥 내려가는 침 치료를 체험한 환자 가운데는 간혹 바늘의 원리를 묻기도 한다. 궁금증을 가진 환자들이 침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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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침술의 원리는 크게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현대의학의 해부생리학적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전통적인 경락경혈이론의 관점이다. 먼저 해부생리학적 관점에서 침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침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침은 손잡이와 인체 안으로 삽입되는 본체로 구성돼 있다. 침 본체의 끝부분은 주사바늘처럼 날카롭게 보이지만 확대해보면 둥근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체내에 들어갈 때 피부 및 근육조직의 자극과 손상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고안됐기 때문이다. 요즘 사용하는 침은 일회용으로 완전 멸균한 스테인리스로 만들었다. 그래도 침을 놓게 되면 우리 몸은 이물질이 침입한 것으로 판단, 가벼운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그 면역반응의 핵심이 국소적인 무균성 염증반응이다. 필자는 해롭지 않게 의도적으로 일으킨 염증이라는 뜻에서 ‘착한 염증’이라 부른다. 착한 염증은 한마디로 세균침입에 의한 염증이 아닌 침이란 이물질에 의해 생긴 인체조직의 미세손상을 치유하고 복구하기 위해 작용하는, 자연적인 치유반응으로서의 염증이다.
보통 염증은 해롭고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만약 이 같은 반응이 없으면 인체는 손상에 대응해 스스로 싸우고 복구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염증이야말로 생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자연치유 능력이다.
침이 체내로 들어오며 생긴 착한 염증은 손상된 조직의 주위에 혈액순환을 증가시키고 대식세포 등의 쓰레기처리반이 들어오는 길을 확보하는 역할도 한다. 결과적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노폐물과 염증물질이 보다 빨리 제거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 몸의 조직은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대사활동을 통해 여러 노폐물을 제거함으로써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 과정은 대부분 혈액순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착한 염증이 만들어내는 작용은 염증 제거와 손상 부위의 복구를 촉진한다.
이에 따라 필자는 침 치료를 할 때마다 침 주위로 피가 따라오고 피가 부족한 곳은 피로 적셔주기 때문에 상처가 빨리 낫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럴 경우 환자는 침을 맞는 동안 몸의 반응을 상상하며 빨리 낫기를 기원하게 되는데 이는 마음속 치유력까지 자극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동서양 이론 융합으로 효과 극대화
모든 사람은 염증을 싫어한다. 염증이 동반하는 통증과 부종 등의 불편한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스스로를 치유하고 복구해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염증까지 강력한 약물로 억제해 버린다면 우리 몸은 자연치유되지 않는 불완전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잘 낫지 않는 만성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는 화재경보기가 울리는데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시끄럽다며 경보기를 꺼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진통소염제와 같은 약물을 장기간 쓸 때는 이 같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제되지 않은 큰 염증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질환의 영역으로 넘어가지만 이를 잘 조절해 활용하면 치료에 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전통 침 이론을 이해하려면 현대 해부생리학적인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 이른바 경락경혈이론에 따른 침의 원리다. 최초의 침은 선사시대 인류가 치료 목적으로 돌을 뾰족하게 다듬어 만든 폄석(砭石)에서 시작됐다.
옛 사람들은 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가족과 친지를 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했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침으로 인체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면 통증을 비롯해 불편한 증상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천년 동안 쌓인 경험적 치료 효과가 구전이나 문헌으로 전승되면서 결국 현재의 경락경혈이론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즉 현재 한의학 침 치료의 이론적 근간이 되는 경락경혈이론은 장시간에 걸쳐 누적된 효과와 그 작동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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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필자의 경우는 두가지를 병행하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목과 어깨가 아프고 뭉친 환자라면 먼저 똑바로 눕히고 손과 발에 전통적인 사암침법이라는 경락경혈이론에 따라 침을 놓은 뒤 엎드리게 해 목과 어깨의 근육과 경추의 관절조직을 치료하는 해부생리적 침 치료를 시행한다. 두가지를 함께 할 때 치료 효과가 보다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지속시간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침은 가장 단순하지만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치료 수단이다. 덧붙여 수천년에 걸쳐 축적된 치료 경험의 정수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인류유산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널리 알려져 더 많이 시술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5호(2018년 6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