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4. /사진=SIEK
플레이스테이션4. /사진=SIEK
# A씨는 업무를 하다가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플레이스테이션을 빈 욕조에 넣어 놓고 샤워기를 든 사진이 전송됐기 때문. 최근 잦은 회식으로 늦게 귀가하고 주말 등산 스케쥴로 집을 비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오늘도 늦으면 알지?”라는 마지막 메시지에 A씨는 모골이 송연해진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콘솔 기기로 위협받은 가장들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콘솔 기기는 왜 아내들의 공적이 됐을까.

콘솔기기는 조이스틱이나 패드로 이용하는 게임용 본체를 말한다. 닌텐도 위(Wii),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보편적인 콘솔게임기로 꼽힌다. 콘솔게임은 온라인·모바일게임과 다른 차원의 고품질그래픽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타이틀마다 다르지만 클리어타임이 긴 편이기 때문에 틈틈이 진행하는게 일반적이다.


타이틀마다 할인가에 따라 최대 5만~6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이 형성돼 있다. 게임타이틀보다 비싼 것이 콘솔기기다. 플레이스테이션4의 경우 패키지와 용량에 따라 80만원선에 거래되는 상품까지 존재한다. 한정판의 경우 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집에서 하기 좋은 환경도 있지만 비싼 기기를 모셔놓고 애지중지 다루는 게이머도 많다.

경제 불황으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사를 돕지 않거나 게임만 빠져 사는 남편을 본다면 가만히 있을 아내는 없을 터.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한지민이 지성의 무심함에 크게 분노한 나머지 유일한 낙으로 여기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욕조에 담가 못 쓰게 만든다.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 B씨는 “최근에 새로운 게임타이틀을 샀다가 아내에게 들켜 플레이스테이션을 압수당한 적이 있다”며 “한 번은 변기, 욕조, 창 밖에 던진다는 협박을 받아 아내가 크게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플레이스테이션 개발사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도 국내 트렌드를 반영한 광고마케팅으로 관심을 모았다.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는 카피라이트를 제시하며 일단 지르고 설득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고가에 판매되는 부분을 노이즈마케팅으로 버무려 한국시장에서의 인식제고를 노린 것.

전문가들은 콘솔기기의 높은 가격과 게임에 대한 더딘 인식개선이 한국만의 웃픈(웃기지만 슬픈) 문화를 만들었다고 조언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국내 산업의 중추로 떠올랐지만 대중적인 이미지는 시간낭비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콘솔의 경우 가격이 비싸고 게임타이틀 마다 수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단순히 폐인을 양성하는 게임기로 생각하는게 일반적이다. 콘솔기기를 직접 경험한 플레이어와 큰 갭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 CEO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플레이스테이션 출시를 공식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