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욕구충족을 위해 제품을 구매하던 시대가 지나고 신념을 구매하는 ‘미닝아웃’ 소비시대가 왔다. 비윤리적인 기업을 보이콧하고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 제품을 적극 소비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이다. <머니S>는 다양한 형태의 미닝아웃 소비 사례와 이로 인해 울고 웃는 기업들을 살피는 한편 신념소비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논쟁 등 이면을 들여다봤다. 또한 신념소비가 이뤄지는 매장을 방문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돈 아닌 신념소비, ‘미닝아웃’ 시대-④·끝] 행동으로 변화 이끄는 ‘선행’

최근 반일정서가 거세지면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소비자는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며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여기에 지켜야 할 가치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있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마리몬드다. 인권을 위해 행동하고 폭력에 반대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몬드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며 위안부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사회적 약자를 후원하고 있다. 신념소비가 이뤄지는 마리몬드 라운지(공식스토어)를 가봤다.


/사진=김정훈 기자
/사진=김정훈 기자

◆펜부터 가방까지 “없는 게 없네”
마리몬드 라운지는 서울 성수동 내 작은 골목길에 위치했다. 최근 성수동 골목길에 아기자기한 카페와 맛집들이 들어서 마리몬드는 외진 곳에 있지만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기자가 방문한 시각은 오후 2시. 매장 내부는 조용했다.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1시까지, 그리고 직장인 퇴근시간인 저녁 6시 이후에 방문 고객이 많다고 직원은 설명했다. 직원 A씨는 “낮에는 대학생, 외국인관광객 등의 방문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마리몬드 라운지는 패션잡화 매장과 커피숍이 합쳐진 형태다. 곳곳에 위치한 꽃 인테리어는 여성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듯했다. 매장 한편은 카페손님을 위한 좌석, 한쪽은 상품 판매대로 운영된다.


/사진=김정훈 기자
/사진=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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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가짓수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미닝아웃과 관계된 브랜드의 제품 종류는 팔찌나 귀걸이 등으로 한정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카드지갑부터, 여권지갑, 휴대폰케이스, 팔찌, 가방, 티셔츠, 파우치, 열쇠고리, 노트, 펜, 텀블러까지 다양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여성고객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다보니 아무래도 그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주를 이뤘다.
특히 꽃무늬가 새겨진 휴대폰케이스는 남자인 기자가 봐도 아름답고 현란했다. 직원은 “올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나온 ‘무궁화 휴대폰케이스’”라고 설명했다. 매장에서도 인기 아이템 중 하나란다.


상품의 가격대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가 대비 적당한 수준이다. 카드지갑은 2만~3만원대며 숄더백은 1만~3만원대로 다양하다. 작은 무궁화배지나 팔찌 등은 5000~1만원대면 구입이 가능하다. 가죽으로 제작된 미니크로스백은 9만8000원이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상품에 그려진 형형색색의 ‘꽃’들이다. 마리몬드는 ‘꽃할머니 프로젝트’를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분 한분의 삶과 모습을 재조명하는 휴먼브랜딩을 진행 중이다. 할머니의 삶을 통해 어울리는 고유의 꽃을 헌정하고 패턴화 작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직원은 “무궁화, 능소화, 목련, 동백 등 위안부 할머님들께 어울릴만한 꽃을 선정했고 상품디자인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정훈 기자
/사진=김정훈 기자

◆그들이 신념소비를 하는 이유
조용했던 매장에 고객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20대로 보이는 여성고객 2명은 매장 내부를 열심히 둘러보며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이곳을 알고 찾아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순주씨(24)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브랜드로 알고 있다”며 “워낙 예쁜 제품이 많아 자주 와서 둘러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박정아씨(23)는 “길을 가다 그냥 매장이 예뻐서 들어왔다”며 “평소 기부를 하고 싶어도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제품 구입만으로 기부가 되면 좋을 것 같다. 둘러보니 제품도 예쁘다”며 미소지었다.

제품 구입이 기부로 이어지는 이런 형태의 소비도 미닝아웃의 일종이다. 특히 미닝아웃 문화가 확산되며 신념을 드러내는 제품을 착용한 젊은층이 늘어난다. 직원은 “신념을 드러낼 수 있는 메시지가 쓰인 제품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신념을 드러내는 것은 ‘힙’(세련된)스러운 일이 됐다. 기부와 함께 어여쁜 상품까지 구입할 수 있는 이곳은 그들에게 꽤 괜찮은 ‘미닝아웃 상점’이다.

그렇게 작은 신념이 모여 마리몬드는 7년째 아름다운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2012년 10월 설립된 마리몬드는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50% 이상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 예술가, 난치병아동 등 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곳에 기부한다. 특정 캠페인을 통한 기부는 영업이익의 100%를 전달한다. 자신의 소비가 곧 기부가 된다는 점을 아는 구매고객들을 위해 마리몬드는 홈페이지에 정확한 기부금액, 기부금이 전달된 단체이름 등을 상세히 공지한다. 올 7월까지 마리몬드가 기부한 누적금액만 22억2800만원에 달한다.

마리몬드 본사 관계자는 “기부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리몬드 제품은 상품 구매와 기부를 모두 충족시키는 좋은 방법”이라며 “요즘 젊은층은 이렇게 구입한 제품을 항상 착용하고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걸 즐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내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숙연해졌다. 그동안 우리는 ‘위안부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로만 외치진 않았을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의 따뜻한 관심뿐만 아니라 삶을 영위해나갈 원동력이 될 실질적인 도움일 수도 있다. 긍정적인 미닝아웃을 실천할 수 있는 더 많은 브랜드가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3호(2019년 7월30일~8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