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슬기 더클래스동물메디컬센터 원장 인터뷰

“말 못하는 반려동물이 중증으로 왔을 때 가슴이 아픕니다”
(왼쪽부터)남상훈·박슬기·최재욱 더클래스동물메디컬센터 원장./사진=더클래스동물메디컬센터
(왼쪽부터)남상훈·박슬기·최재욱 더클래스동물메디컬센터 원장./사진=더클래스동물메디컬센터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더클래스동물메디컬센터 박슬기 원장은 한숨부터 내쉬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아이들’이라고 부르면서 인터뷰 내내 입원동물들에게서 눈을 때지 못했다.
경기도 분당시에 있는 병원에서 만난 박 원장은 아프다고 말 못하는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것은 자신의 본업이라면서 반려동물 치료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는 심층 내과전공의로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국내 최초로 ‘인식장애증후군’을 증명해 세계적으로 공신력있는 학술지인 SCI저널에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 반려동물 보유세와 동물병원마다 다른 진료비는 펫팸족에겐 뜨거운 화두다. 지난해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양지차지만 비용을 사전 공지하는 경우는 1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슬기 원장을 만나 최근 논란이 됐던 반려동물 보유세와 병원 진료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려동물 보유세 논란? 쟁정은 ‘세수 사용처’

그는 정부의 반려동물 보유세와 관련된 물음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는 현시점에서 세수를 거둬들인다면 펫팸족의 책임감을 키우는데 일부 기능을 하겠지만 거둬들인 세수의 향후 사용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 원장은 더 나아가 정부가 나서서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기준, 보험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면 반려동물 소비자(보호자)들이 호소하는 일부 불편들이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법령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와 신뢰를 구축하긴 위해선 정부의 중간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세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반려동물 복지나 유기견 등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가 더 중요한 쟁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보유세가 우리 아이(반려동물)에게 되돌아온다는 확신만 있다면 보유세 논란은 이만큼 커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의 경우 반려동물 보유세를 통해 반려동물 복지나 진료비 지원 등에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병원마다 다른 진료비… “정부가 나서야할 때”

한국소비자연맹이 수도권 내 동물병원 50곳을 방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동물병원마다 진료비를 사전 공지하는 경우가 1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박 원장은 자신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 입장으로서 진료비가 부담스럽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병원을 운영하면서 수의사 입장에선 사전 공지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한다.

박 원장은 “사람의 진료비 경우 국가에서 관련된 가이드라인과 의료비 지원 등의 제도가 존재하지만 반려동물 진료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제도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또한 진료를 하다보면 질병과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가 달라진다. 반려동물의 몸무게와 상태에 따라 치료과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통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진료비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이나 진료비 보조 등의 제도를 만들어주면 동물병원들도 이에 맞춰 진료비를 사전에 공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서 “임대료, 장비 등 제반비용이 각각 다른 동물병원끼리 진료비를 통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 인구가 1000만명을 넘었다. 삶이 팍팍해도 반려동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층이 늘어나면서 동물병원 진료 관련 지출은 필수항목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어디에서 어떤 진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박 원장은 반려동물의 정기검진을 통한 질병예방이 비용적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염성 질병이나 기생충 관련 질병은 예방접종이나 구충제로 충분히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면서 “반려견이 심장사상충에 걸릴 경우 치료기간만 최소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을 찾아 예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