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보험가입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보험약관대출은 금리가 높은 편이지만 간편한 대출프로세스로 급전이 필요한 수요자에게 안성맞춤인 상품이다./그래픽=김영찬 기자
자신의 보험가입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보험약관대출은 금리가 높은 편이지만 간편한 대출프로세스로 급전이 필요한 수요자에게 안성맞춤인 상품이다./그래픽=김영찬 기자
# 프리랜서 여행가이드 김모씨(38)는 가입한 보험사를 통해 보험약관대출을 고민 중이다. 코로나19로 일이 끊겨 생활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매달 20만원의 보험료는커녕 당장 생활비가 없어 보험약관대출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약관대출은 보험을 해지하면 돌려받는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본인확인 절차만 거치면 돈을 빌릴 수 있고 중도 상환수수료 없이 상환이 가능해 급전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만약 500만~2000만원 수준의 급전이 필요하다면 여러 서류를 요구하는 은행보다는 보험약관대출이 더 간편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약관대출은 그 편의성 만큼이나 금리가 높은 편이다. 대출 수요자라면 우선 보험가입 시기와 금리를 꼼꼼히 살펴본 후 대출을 받는 것이 좋다.


“금리 높다고? 간편하고 쉽잖아”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금융기관의 대출 평균금리는 연 2.70%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연 1.7~3.6% 수준이다. 그에 반해 보험약관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3~8% 수준이다. 보험계약대출의 금리가 지나치게 높아 무리하게 대출을 받으면 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단기 소액급전이 필요한 대출수요자라면 별다른 서류 없이 심지어 카카오톡으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약관대출을 이용해볼 법하다. 최근 신용대출이 낮아진 금리로 초강세를 보이지만 꾸준히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보험약관대출의 수요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

김씨의 경우에는 대출을 받아도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김씨는 종신보험에 가입돼 매달 20만원의 보험료를 낸다. 10년납 상품으로 6년간 1600만원을 납부했다. 해지 시 환급금이 1100만원 수준으로 전체 보험료 대비 약 500만원을 손해본다.


하지만 김씨 입장에서는 어렵게 유지해온 종신보험을 해지해 환급금을 받는 것보다 보험약관대출을 받는 편이 낫다. 1000만원의 약관대출액에서 최대 8% 이자율을 적용하면 월 8만원 정도의 이자를 부담하게 된다. 김씨가 이자를 5년(60개월)간 납부해야 해지 시 손해보는 500만원 수준이 된다. 물론 김씨가 다른 일을 찾아 소득이 생기면 대출금 조기 상환도 가능하다.

보험사 관계자는 “10년 납 상품에서 이미 6년간 보험료를 납부했기 때문에 남은 4년만 더 납부하면 만기 환급금(2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계약을 유지하면 종신보험 혜택도 유지할 수 있다. 굳이 보험을 해지해 500만원을 손해보는 것보다 약관대출을 받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보험약관대출은 자신의 보험계약 해지환급금의 50~95% 범위에서 가능하다. 보험료를 낸 기간과 금액이 클수록 대출액이 높아지며 이자가 연차돼도 신용등급이 하락하지 않는다. 절차도 간편하다.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보험사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용 앱으로 누구나 간단한 본인 확인을 거친 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창구 방문 없이 전화로도 24시간 신청할 수 있다. 내가 낸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니 따로 보증이나 담보도 필요없다.

단, 보험약관대출 이자를 장기간 미납해 원리금이 해지환급금을 초과하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장을 받을 수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

보험약관대출, 금리 '천차만별'

약관대출을 잘 활용하면 보험해약 없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지만 높은 금리가 부담이다. 보험약관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예정이율)와 가산금리가 더해져 결정된다. 예컨대 금리확정형 보험에 가입해 예정이율이 4%인 경우 약관대출 이자는 ‘4%+가산금리’로 결정된다.
[머니VS머니] '고금리 장사' 삼성·교보·한화 빅3, 보험대출 7~8%대 달해

표=김영찬 기자
표=김영찬 기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약관대출 평균 금리는 금리확정형이 6.74%, 연동형이 4.3%였다. 금리확정형은 대출기간 고정된 금리가 적용되고 연동형은 금리가 변동된다.
보험약관대출 금리는 보험가입자의 가입시점·보험상품·보험사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약관대출을 받기 전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의 대출금리를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금리확정형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8.68%)이다. ▲한화생명 7.51% ▲교보생명이 7.81%를 기록하며 빅3 생보사 모두 보험약관대출 금리확정형 금리가 7%를 넘겼다. 푸본현대생명은 7.84%의 금리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흥국생명은 3.89%로 생보사 중 대출금리가 가장 낮았다.

반면 금리연동형은 흥국생명이 생보사 중 7.61%의 금리로 가장 높았다.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으로 3.84%를 기록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중에서 금리확정형 금리(이하 지난 7월 말 기준)는 현대해상이 7.56%로 가장 높았다. 이어 ▲DB손해보험 6.87% ▲삼성화재 6.61%를 기록했다. 금리연동형에서는 메리츠화재가 4.36%로 가장 높았고 하나손해보험이 2.91%로 가장 낮았다.

단 과거 고금리 시절 가입한 금리확정형 보험대출금리는 더 높다. 반면 저금리 때 가입해 예정이율이 낮은 보험상품은 약관대출 금리도 낮다. 고금리 시절 보험을 계약한 사람은 약관대출 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출은 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보험약관대출 전 나의 보험가입 시점이 대출금리에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또 타 금융권과의 금리비교도 필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