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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T캡스 통합법인 출범식. /사진제공=ADT캡스 |
올해 보안업계는 이 같은 수요에 맞춘 보안솔루션을 주력 사업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와 운영기술(OT·Operational Technology) 및 인공지능(AI) 보안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네트워크 보안·통합보안관제(SIEM) 등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에 초점을 맞췄던 국내 보안업체들이 올해는 공통된 분야를 목표로 삼으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정보보호 예산 수립률↑… 보안업체 매출도 성장
최근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IT 환경에 대응하는 보안체계 수립이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코로나19로 원격 서비스 수요는 증가했지만 보안 시스템은 미비한 상태라 보안 사고 발생 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보보호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예산안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기업의 정보보호 예산 수립률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발표한 2020년 정보보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정보보호 예산 수립률은 61.8%로 2019년 대비 무려 29.5% 증가했다. 정보보호 예산을 작은 비중(IT예산 중 1% 미만)이라도 편성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도 49.4%로 대폭 늘어나는 등 보안사고에 대한 예방·대응 활동을 강화되는 추세다.
이는 보안업체의 매출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정보보호산업 매출액은 2019년 대비 6.4% 증가한 11조8986억원으로 조사됐다. 정보보안 매출액은 8% 증가한 3조9074억원, 물리보안 매출액은 5.7% 증가한 7조999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 가운데 ADT 캡스·안랩·윈스·이글루시큐리티 등 4개 기업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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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업체 매출액. ADT 캡스·안랩·윈스·이글루시큐리티 등 4개 기업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래픽=강소현 기자 |
“올해 보안 키워드는 클라우드·AI·OT”
올해 보안업계는 보안의 지능화에 더해 클라우드·OT보안 기술 고도화를 과제로 삼았다. 특히 B2B(기업간거래) 분야에서 산업용 기기 혹은 시스템 등을 대상으로 하는 OT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기존 생산설비 및 제조공정에 신기술이 더해진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자 보안위협이 커지면서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보안업계 1위로 올라선 ADT캡스도 올해 OT·클라우드 등에 집중한다.
ADT캡스는 지난 3월 SK인포섹-ADT캡스의 통합법인으로 재탄생했다. 이미 70곳 이상의 제조·생산 시설에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K인포섹은 기업의 보안 컨설팅에서부터 구축·운영·관제까지 보안 요소 전반을 책임지는 ‘OT/산업 제어 시스템(ICS) 방역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으로부터 신뢰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클라우드 보안 역량을 기반으로 관련 서비스도 확대한다.
각각 정보보안과 물리보안에 특화된 SK인포섹과 ADT캡스는 ‘맞춤형 보안 서비스’도 제공한다. 타깃은 보안 체계와 조직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이다.
지난해 OT 보안 강화에 방점을 뒀던 안랩은 올해는 보안 컨설팅과 관제를 포함한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클라우드 관리형서비스공급업체(MSP) 사업을 진행하는 등 클라우드 보안에 집중한다.
기존 OT 보안과 AI 보안에 대한 연구개발도 계속 이어나간다. 안랩 관계자는 “AI 보안 강화를 위한 분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AI 기반 신규 보안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며 “AI 정보보안 자회사 ‘제이슨’과의 협업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보안을 주력으로 하는 윈스는 올해 사업영역 다각화에 속도를 낸다. 윈스는 지난해 9월 임시주총을 열고 AI와 빅데이터 기반 클라우드 보안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올해 네트워크 보안 관련 해외 수출액도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에 다수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제조 대기업과 보안 장비 납품을 계약하면서다. 윈스는 지난해 매출액(938억원)을 기록, 해외 수출액이 전체 매출의 16%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보안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특히 보안 솔루션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 시장에 IPS(침입방지기술)를 수출한 데 이어국내에선 지난해 100G급 IPS를 KT와 LG유플러스에 납품했고 현재 SK브로드밴드와도 공급 협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817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기록하는 등 통합보안관제(SIEM)로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온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 몇 년 간 AI 보안으로 변화를 꾀했다. 2019년 2월 국내 최초로 AI가 더해진 보안관제 솔루션 ‘SPiDER TM AI Edition’(스파이더 티엠 에이아이 에디션)을 출시하는가 하면 2020년엔 AI 관련 30여 건의 특허를 취득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글루시큐리티 역시 올해 보안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겪으면서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미래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이글루시큐리티는 SIEM과 AI,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CTI), 보안 오케스트레이션 자동화 대응(SOAR), 취약점 진단 등을 포함하는 보안관리 영역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안업체 올해도 호조?… 각축전 ‘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침해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연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보안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안 업계도 개정안 추진을 반기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보안 사업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과 같은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성장해 왔다”며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많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의 보안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번 개인정보보보호법 개정안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기업의 경영진으로 하여금 보안 투자의 중요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보안 산업 측면에서는 개인정보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의 보안제품 도입 증가와 정보보호컨설팅 같은 보안전문서비스 이용 증가 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모든 보안업체가 AI와 OT, 클라우드 보안을 세 축으로 삼고 있는 만큼 각축전이 벌어질 예정이다. 각 업체가 어떤 차별점을 내세워 시장을 주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