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석 변호사
고형석 변호사

지역주택조합은 가입자의 탈퇴와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의 부동산 매입 관련 소송들이 주를 이룬다. 때로는 조합원 간이나 조합원 지위의 양도·양수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강원도 강릉시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K씨는 신축아파트 건축을 위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광고를 보고 A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K씨는 가입비와 업무추진비를 납부한 뒤 브릿지 대출을 받아 조합원 분담금 등 총 1억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그가 가입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진행이 지체됐다. 이 때문에 살고 있던 전셋집에서 나가야 했던 K씨는 내집 마련을 위해 결국 다른 아파트를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경우 유주택자에게는 조합원 지위가 인정될 수 없었다. 이에 K씨는 자신의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지위를 양도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K씨는 자신의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지위를 양수할 사람을 찾던 중 L씨를 소개받게 됐다. 두 사람은 'K씨가 조합원 권리를 L씨에게 양도한다. L씨는 조합원 지위 양도· 양수 약정시 K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한다. K씨의 브릿지 대출금 7000만원은 L씨가 대출받거나 현금으로 K씨에게 지급해주는 즉시 K씨가 변제한다'는 내용의 조합원 지위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K씨와 A조합의 노력 끝에 관할 행정청은 K씨의 조합원 지위를 L씨로 변경했다. 하지만 L씨은 K씨에게 7000만원을 지급해 주지 않고 여러 핑계를 대면서 지급시기를 미뤘다. 결국 K씨는 L씨에게 약정한 7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필자는 K씨를 대리해 소송에 임했고 L씨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 L씨는 소송에서 "K씨가 청구하는 7000만원은 대출금이다. 아직 원금상환이 멀었고 이자도 A지역주택조합에서 대납해주고 있다. 브릿지 대출금은 사업계획승인 전에는 양도·양수처리가 되지 않으므로 K씨에게 지급해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K씨에게 7000만원을 지급해주면 추후 L씨가 브릿지 대출금을 이중으로 변제할 위험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공방 끝에 법원은 K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K씨와 L씨 사이 약정은 L씨가 브릿지 대출을 승계하기로 한 것이 아닌 별도로 K씨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브릿지 대출이 L씨에게 승계되려면 은행의 승낙이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은행으로부터 그러한 승낙이 있었다고 볼만한 사실이 없다고 보았다. 이어 "L씨가 K씨에게 7000만원을 지급해도 L씨가 이중으로 브릿지 대출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없으므로 L씨는 K씨에게 7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역주택조합 가입 이후 분담금을 납부할 경우 계약금 지급 후에는 브릿지 대출을 통한 대출금으로 분담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렇게 브릿지 대출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대출 채무자가 조합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거나 지역주택조합에서 탈퇴하는 경우에는 이 브릿지 대출의 해결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조합원 지위를 이미 양도했거나 상실했는데 브릿지 대출이 남아 있다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전문가의 조언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