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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플루엔자(독감) 의심환자 발생률이 유행경보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36주차·8월28일~9월3일)에 따르면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4.7명으로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인 4.9명에 육박했다. 이에 방역당국은 오는 21일부터 본격적인 독감 예방접종에 나설 계획이다.
독감백신은 접종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너무 빠르거나 늦어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은 접종 후 보통 2주 후부터 면역력이 생긴다. 국내의 경우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가 독감의 유행기간이기 때문에 주로 9월말에서 10월초에 접종을 권한다.
독감 예방접종을 한다고 해서 독감이 100% 예방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백신 접종을 통해 70~90%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0~30%는 접종 뒤에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위중증,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이는 만큼 접종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백신은 3가 백신과 4가 백신이다. 백신 앞에 붙은 숫자는 백신이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숫자다. 3가 백신은 3가지, 4가 백신은 4가지 종류의 바이러스를 예방한다고 보면 된다.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형으로 나뉜다. 이 중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것은 주로 A형과 B형이다. 3가 백신은 A형 2타입, B형 1타입에 대해 예방 효과를 보인다. 4가 백신은 A형 2타입, B형 2타입에 대해 예방 효과를 갖는다. 4가 백신이 예방 범위가 더 넓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다.
독감 백신을 구분하는 또 다른 차이는 바이러스의 배양방식이다. 독감 백신은 배양방식에 따라 유정란 백신과 세포배양 백신으로 나뉜다.
유정란 백신은 백신용 바이러스를 만들어 달걀에 주입하고 배양한 뒤 증식된 바이러스를 추출해 제조하는 백신이다. 현재 유통되는 상당수 독감 백신이 유정란 방식의 백신이다.
유정란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생산 안정성이다. 1950년대 개발돼 약 70년간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임상으로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가 포함된 고위험군에 대해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제조에서 품질 검증까지 약 6개월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백신 접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조류 독감이나 계란 파동 등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유정란 백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 개발된 기술이 세포배양 백신이다. 세포배양 백신은 기존 유정란 방식과 달리 계란을 사용하지 않고 최첨단 무균 배양기를 통해 백신을 생산한다. 항생제나 보존제의 투여가 필요 없고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도 접종이 가능하다.
생산까지의 기간도 유정란 방식보다 짧아 신종플루 같은 변종 독감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생산 과정에서 외부 오염이 발생하면 생산이 어렵고 초기 설비투자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