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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역전세난(전세 수요 대비 공급이 많은 상태)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3건 중 2건은 이전 거래 대비 가격이 하락했다. 최초 전세금에서 5% 인상해 2년 재계약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비율도 2020년 8월 제도 도입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7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서울 아파트 순수 전세거래 5138건 가운데 3459건(67.3%)이 종전 대비 금액이 내려간 '하락 거래'였다. 이는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전세(보증부 월세 제외) 계약이 1건이라도 체결된 거래의 최고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강남구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올 1분기 하락 거래 비율이 74.5%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목동이 있는 양천구의 하락 거래도 73.9%로 두 번째로 높았다. 동작구는 전세 거래의 71.9%가 하락 거래였다. 성동구(71.4%) 관악구(71.1%) 동대문구(71.0%) 용산구(70.1%) 등도 하락 거래가 70%를 넘었다.
올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거래(1만4082건)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거래는 33.4%(4704건)로 나타났다. 2020년 4분기에 해당 비율은 80%를 넘었다. 지난해 1분기엔 계약갱신청구권 비율이 67.0%였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고 2년 전보다 전셋값을 낮춰 계약을 진행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래미안 포레스트' 전용 59㎡는 종전 보증금 9억원 월세 15만원에서 이달 9억원 전세로 재계약이 이뤄졌다. 해당 평형 신규 계약분은 최근 7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인근 '디에이치 아너힐즈' 전용 59㎡도 올 1월 전세 13억원에서 9억원으로 가격을 낮춰 재계약이 진행됐고 최근 신규 거래는 8억원에 이뤄졌다.
강남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10억원 밑으로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강남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9억7180만원으로, 전월(10억1788만원) 대비 4608만원(4.5%) 하락했다. 서초구는 지난 1월 9억8940만원을 기록해 10억원 아래로 내렸다. 2월에도 9억6084만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남에서 올해 1만3000여가구가 공급 예정으로 지난해 입주 물량 대비 4배 가량 많아 이 같은 역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전체 입주 물량은 올해 3만3338가구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