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022.6.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경찰이 술 취한 사람(주취자)을 임시로 보호하는 시설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찰이 주취자를 방치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며 비판이 제기되자 주취자를 지구대나 병원에서 보호해야 하는 법적 한계를 개선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주취자보호조치개선 태스크포스(TF·전담부서)는 전날 마지막 회의에서 주취자보호등에관한법률(주취자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안의 핵심은 주취자 보호시설을 확충하고 법으로 그 근거를 마련하는 데 있다.


우선 경찰은 노숙인 쉼터처럼 주취자 일시 보호 등 긴급 구호 기능을 수행하는 주취자 보호시설이 신설되도록 제정안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보호시설의 운영 주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기본으로 하되 사회복지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에 위탁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응급처치나 진료 등의 조치가 필요하면 주취자를 기존 주취자응급의료기관에 이송하고 구호 조치만으로 충분하다면 주취자 보호시설로 보내는 방식이다.

보호시설의 장은 경찰의 긴급구호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주취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호시설이 조치에 사용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취자를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보호하는 것은 자해를 기도하거나 거칠게 소란·난동을 피우는 행위가 지속될 때로 한정한다.

경찰이 이같은 조치에 나서는 것은 지난 겨울 경찰이 술에 취한 시민을 방치해 사망하게 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관은 주취자 등 구호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게 돼있다.

하지만 병원 응급실이나 전국 19개 병원에 마련된 주취자응급의료센터에 주취자를 인계하려 해도 '주취자는 환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구호기관은 사실상 어느 곳을 지칭하는지 법적 근거조차 없다.

결국 경찰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지구대나 파출소로 주취자를 데려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일선 경찰관은 하루 1000건이 넘는 주취자 관련 신고로 다른 민원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경찰청은 의원 입법, 관계부처와의 협의 등을 통해 주취자 보호법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취자 보호법은 경찰이 구상하고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라며 "TF에서 나온 의견을 더 반영해 의원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