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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하는 두산 김재호. 2021.10.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부활한 '야구천재' 김재호(38·두산 베어스)는 '포스트 김재호'를 노리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말에 "좀 더 못되게 굴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야구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독하게 마음 먹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다.
전성기 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고, 두산 왕조의 주축으로 활동했던 선수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물론 두산의 주전 유격수 후보들은 서로 뿐만이 아니라 김재호도 넘어서야 한다. 최근 몇 년간 부진으로 힘든 날들을 보낸 김재호는 5월 들어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 주전 유격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5월 4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지만 타율이 0.375에 이른다. 23일 1군 콜업 후 달라진 모습이 뚜렷하다. 지난 2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연장 11회말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26일엔 SSG 랜더스를 상대로 안타는 없었지만 볼넷을 2개 골라내며 선구안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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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호. 2022.5.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김재호 이후 유격수 자리를 맡아줄 후임자를 찾지 못해 고민이 깊었던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재호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자 다시 그에게 선발 기회를 주고 있다.
올해가 두산과 3년 계약 마지막 해인 김재호도 의욕이 넘친다.
"전성기가 지났고 후배 선수들도 많지만 그런 상황을 꿋꿋이 이겨내고 버텨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 최대한 오래 1군에서 머물며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주전 경쟁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하지만 김재호도 어느덧 마흔을 앞두고 있다. 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현재 안재석, 이유찬, 박계범 등이 주전 유격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아직 공수에서 보완할 점이 뚜렷하다.
김재호는 "그 선수들에게는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자리가 하나 비어있는 것"이라면서 "더 못되게 굴었으면 좋겠다. 못 되게 굴려면 우선 실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는 이어 "다들 너무 착하다 보니 퍼포먼스가 약하다.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어려서 그런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보인다. 그러면 보여주지도 못하고 끝난다.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약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모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2004년 두산에 입단한 김재호도 입단 초기 시행착오를 겪었고, 2014년부터 풀타임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김재호는 "나도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프로에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나 역시 착했다. 당시 주전이었던 (손)시헌이 형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게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후배들은 겉으로 티를 내지 않더라도 속으로는 이를 갈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