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뺏길 수 없다" 2%대 퇴직연금 수익률 경쟁 불붙은 은행권
②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전통강자 은행 추월 '투자형 상품 경쟁력'
③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 34%… 성장주·해외주식 담아라
① "뺏길 수 없다" 2%대 퇴직연금 수익률 경쟁 불붙은 은행권
②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전통강자 은행 추월 '투자형 상품 경쟁력'
③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 34%… 성장주·해외주식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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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오는 7월12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에 디폴트옵션까지 활용해 기존 퇴직연금 전통강자인 은행권에 맞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업계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시작되면 증권사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는 '머니무브'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은 주로 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운용하며 안정을 추구하는 반면 증권사는 투자형 상품에 강점을 보이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원하는 가입자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디폴트옵션 시행 후 "투자형 상품 판매" 수익률 벌리기 목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1분기 원리금 보장 상품 기준 확정급여(DB)형에서 총 12개 증권사가 평균 2.76% 수익률을 거뒀다. 확정기여(DC)형에서는 증권사 13곳이 평균 2.89% 수익률을 보였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는 14개 증권사가 평균 수익률 2.94%를 기록했다. 이는 은행·보험업계가 전 부문(DB·DC·IRP)에서 평균 1~2%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사업자별로는 3개 부문을 모두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평균 수익률 3.22%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DB·DC에서 각각 3.01%, 3.11%를 기록, IRP에서는 3.55%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어 KB증권(3.12%)·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2.67%)·삼성증권(2.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상품별로는 DB형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KB증권(3.18%)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DC형에서는 한화투자증권(3.57%), IRP형에서는 한국포스증권(3.62%)이 전체 수익률 1위를 나타냈다.
현재는 증권사와 은행 간 퇴직연금 수익률에서 유의미한 격차를 보이고 있진 않다. 다만 증권사들은 디폴트옵션 시행 후 투자형 상품을 내세워 은행과의 수익률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디폴트옵션으로 가장 많이 추천되는 상품이 펀드를 비롯한 투자형 상품이기 때문에 디폴트옵션 시행 후 은행과 보험사 등 타 금융업권에 비해 증권사가 투자형 상품 판매에 강점을 갖고 있어 사업 확대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올 초 쿼터백그룹 연금연구소는 'K-디폴트옵션 특징 및 승인 포트폴리오 백테스팅(시뮬레이션)' 보고서를 통해 고용노동부가 승인한 디폴트옵션 상품 중 14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88개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살펴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연금사업자별, 위험등급별 1~15년 동안 롤링 수익률을 검증한 결과 15년 수익률 전체 평균은 연 6.02%로 원리금보장상품(연 5.42%) 대비 우수한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항목별로 보면 증권 연 6.2%, 보험 연 5.96%, 은행 5.88%로 증권 업종이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장기투자 관점에서 적절한 위험수익구조를 갖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그동안 원리금보장상품에만 집중되는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투자가 일반화 퇴직연금은 저조한 수익성과가 지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폴트옵션 도입 후 장기투자에 기반한 운용상품이 개발되고 운용실적을 축적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등 업계의 운용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퇴직연금, '원금보전'→'금융상품' 인식 변화… 증권 vs 은행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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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336조원으로 2021년(295조원)보다 13.9% 증가했다. 올해는 퇴직연금이 4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분기 기준 14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76조99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8.9% 증가한 수치다.
지난 3월 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에서 전체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2.8% 수준이다. 퇴직연금 운용금액의 50% 이상을 가지고 있는 은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증권사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9.4%에 이어 2019년 19.8%, 2020년 20.2%, 2021년 21.3%, 2022년 22.3%로 집계됐다.
특히 증권사 중 퇴직연금 적립금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 적립금은 20조9397억원으로 우리은행(20조8755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증권사가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의 퇴직연금 규모를 넘어선 건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안전하고 평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선 퇴직연금도 차츰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는 개념이 자리잡으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퇴직연금을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는 만큼 업계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