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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차기 우리은행장에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내정됐다. 조병규 내정자는 우리은행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과 대기업심사부장, 강북영업본부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 기업영업을 이끌었다. '영업통' 조 내정자가 우리은행의 순이익을 끌어올려 우리금융지주의 '기업명가' 위상을 회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올 1분기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은 9137억원으로 NH농협금융지주(9471억원)에 뒤처졌다.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595억원으로 하나은행(9707억원), KB국민은행(9315억원), 신한은행(9315억원) 등 4대 은행 중에서 가장 저조하다.
기업금융 실적도 주춤하다. 우리은행의 지난 1분기 대기업 대출은 40조5000억원으로 4대 은행 중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율이 24.3~53.4%로 치솟는 동안 우리은행의 증가율은 5.3%에 그쳤다.
지난 2018년 104년간 독식했던 서울시금고를 신한은행에 뺏기면서 자치구 금고실적도 감소했다. 지난해말 기준 서울시 자치구 금고를 운영하는 현황을 보면 우리은행이 18개에서 14개로 4개 줄어든 반면 신한은행 6개, KB국민은행 5개로 각각 1개, 3개 늘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 상업·한일 출신 간 계파갈등도 존재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이 합병해 25년이 지났지만 임원 인사에서 번번이 계파갈등이 벌어진다. 역대 은행장을 살펴보면 이광구(상업), 손태승(한일), 권광석(상업), 이원덕(한일) 등으로 두 은행 출신이 번갈아 맡았다.
조직문화 혁신에 나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의 시너지도 조 내정자의 과제로 꼽힌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지주사 임원과 9개 계열사 대표를 전부 교체하고 지주 규모를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임 회장의 인적쇄신의 종지부는 신임 우리은행장이다. 총자산 440조원 우리은행을 이끄는 조 내정자가 조직문화 혁신의 선봉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조 내정자의 내부평가는 긍정적이다. 영업부터 전략, 준법감시, 경영·기획까지 은행 핵심 업무를 맡은 조 내정자가 겸손하고 주변사람을 챙긴다는 평가다.
조 내정자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늘 감사한 마음으로'라는 문구가 입력됐다. 오는 7월3일 취임하는 조 내정자는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며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