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를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직 자녀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23.6.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를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직 자녀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23.6.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지만 그 수장인 노태악 위원장은 여론의 사퇴 압박에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노 위원장은 지난해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사퇴한 노정희 선관위원장의 후임으로, 취임할 때부터 '국민 신뢰 회복'을 외쳤다.

하지만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시작된 논란이 선관위의 방만운영까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노 위원장의 취임 이후 1년이 넘도록 선관위의 내부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오전 경기 과천에 위치한 선관위를 찾아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수용과 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달 23일 이후 두 번째 항의 방문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노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5월 제22대 선관위원장에 공식 취임한 그의 임기는 2028년 5월까지다.

노 위원장의 가장 큰 숙제는 '신뢰 회복'이었다. 노 위원장의 전임자인 노정희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제20대 대선 때 '소쿠리 투표'로 여론의 질타를 받자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이다. 노 위원장에겐 당장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는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대선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는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고 투표 사무원에게 전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바구니나 종이상자, 쇼핑백 등에 넣어 옮기면서 부실 선거관리 논란이 일었다.

이에 노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이번 선거(6·1 지방선거)의 성공적인 관리에 선거관리위원회의 명운이 달려있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직원들의 자긍심과 사기는 한없이 떨어졌다. 그동안 별일 없겠지라는 안일한 관행과 타성에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겠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이를 실행에 옮겼다. 논란이 됐던 확진자용 임시 기표소를 운영하지 않았고, 투표지를 넣은 운반 봉투를 선거인이 직접 봉하고 자신이 지정한 사람이 운반함을 투표소로 옮긴 후 봉투째 투표함에 넣도록 했다. 운반함은 전국의 투표소에서 동일한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격화했고, 모든 과정을 참관인이 참관하에 진행하도록 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관련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2023.5.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관련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2023.5.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소쿠리 투표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 11월엔 조직개편안도 발표했지만, 정치권에선 일부 조직을 개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노 위원장은 올 1월 열린 창설 제6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대통령선거의 사전투표에 대한 준비 부족과 부실대처는 국민의 기대와 믿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다"며 "이에 우리 선관위는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국민의 질책과 비판을 깊이 새기고,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혁신과 쇄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선거관리 기능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으로 개편했다"며 "자체 특별감사를 통해 뼈를 깎는 아픔으로 조직의 분위기도 쇄신하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채용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노 위원장이 강조한 쇄신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된 박찬진 사무총장(장관급)·송봉섭 사무차장(차관급) 사퇴에 이어 선관위도 자체 쇄신안을 내놨지만,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은 간부 친동생 특혜 의혹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이미 자정 능력을 잃어버렸다며 노 위원장의 사퇴와 감사원의 감사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관위 역사상 최악 비리에 대해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 전원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고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