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이 자본력을 앞세운 금융권의 진출로 고심이 깊다. /사진=뉴스1
알뜰폰 시장이 자본력을 앞세운 금융권의 진출로 고심이 깊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알뜰폰이 뭐예요?… 통신 3사보다 좋을까
② 금융권 진출에… 알뜰폰, 힘겨운 생존 경쟁
③ 유명무실 단통법 사라질까… "알뜰폰 잠식" VS "단말기값 인하"


알뜰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가한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정식 승인하면서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이 본격화된 탓이다. 저가 요금제로 승부하던 알뜰폰 중소사업자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금융권의 등장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다며 아우성이다. 생존 경쟁에 내몰린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 3사 보조금을 지원받아 '0원 요금제'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섰지만 가격만 인하하기 보단 민원처리 등 부족한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물가에 주목받는 알뜰폰… 금융권 진출에 위기감 고조

/사진=토스모바일
/사진=토스모바일

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알뜰폰이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각광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2018년 799만명, 2019년 775만명으로 정체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2020년 911만명, 2021년 1036만명, 지난해 말엔 1283만명을 기록하며 증가세가 가팔라지더니 올해 3월 기준 1363만명을 달성했다. 통신업계는 알뜰폰 가입자 수가 올해 안에 1400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본다.

알뜰폰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노리는 새로운 사업자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금융권이 가장 먼저 눈독을 들였다. KB국민은행 리브엠은 금융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 시켜주는 제도)를 통해 2019년 4월 발을 들였다.

올해 알뜰폰 시장은 변곡점을 맞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알뜰폰 사업을 금융법상 금융사의 부수 업무에 포함해 금융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사실상 열어줬다. 이미 리브엠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알뜰폰 시장은 현재 통신 3사 자회사들이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리브엠과 토스의 토스 모바일을 합치면 이른바 '대형' 알뜰폰이 약 56%(사물인터넷 뺀 순수 휴대폰 이용자 기준)다. 금융권마저 우후죽순 진입한다면 설 자리를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4월21일 "KB국민은행은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판매를 지속해 금권 마케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은행 부수업무 지정으로 이를 더욱 강화할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지난 5월25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되는 금융기관들의 알뜰폰 사업을 혁신금융서비스와 부수업무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알뜰폰 사업 진출은 시장의 활성화보단 중소사업자들의 몰락으로 이어져 알뜰폰 시장이 대기업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생존 위기' 알뜰폰 업계, 출혈 경쟁보다 질적 성장 추구해야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브랜드 리브엠. /사진=KB국민은행 홈페이지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브랜드 리브엠. /사진=KB국민은행 홈페이지

위기감에 알뜰폰 업계는 '0원 요금제'까지 내놓고 있다. 알뜰폰 요금제 안내 사이트 '알뜰폰 허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0원 요금제는 60개에 육박한다. 기본 이동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는 대신 6~7개월 정도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약정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무료 기간이 끝날 때쯤 사업자를 옮겨 무한대로 0원 요금제를 사용하는 '갈아타기족'도 나타났다.

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가입 1건당 보조금 약 20만원을 지급해야 가능하기에 지속성은 의문시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70% 정도는 이동하면서 0원 요금제를 쓰고 있고 나머지 30%는 프로모션이 끝나도 해당 요금제를 계속 쓰고 있다"고 했다. "요금제 변경이 생각보다 번거롭기 때문에 모든 이용자들이 0원 요금제를 위해 갈아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계속 갈 전략은 아니지만 당장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알뜰폰 업계의 인프라 투자는 사실상 전무하다. 통신 3사와 달리 오프라인 매장, 고객센터 등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통신사에 의존한 출혈 경쟁을 고집하지 말고 질적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0원 요금제처럼 소비자 반응이 좋은 경우 문의 전화가 몰리면 알뜰폰 고객센터 대다수가 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개통과 기타 서비스 문의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롱텀에볼루션(LTE) 도매대가(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 망을 빌려쓰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 인하는 알뜰폰 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신 3사 입장에서도 LTE망은 유지하는 비용 빼고는 신규 투자 비용이 들지 않아 인하 여력이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알뜰폰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도적 지원을 통해 중소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