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2023.4.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건창. 2023.4.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꿈의 200안타를 때린 서건창(34)이 프로 데뷔 후 2번째 방출됐다. 두 번 모두 LG 트윈스에서 그 아픔을 겪었는데 그는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 앞에 놓였다.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한 LG는 선수단 재편에 나섰고, 서건창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보류선수 명단 제외는 방출을 뜻하는 것으로, 서건창이 현역 연장을 하려면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한다.


2008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했던 서건창은 1군에서 단 한 경기만 뛴 뒤 방출된 적이 있다. 이후 그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서 2012년 신인상 수상, 2014년 200안타 달성 및 최우수선수(MVP) 수상 등 연습생 신화를 쓰며 승승장구 하다가 2021년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는데 이번에도 쌍둥이 군단과는 결말이 좋지 않았다.

오랫동안 2루수 고민이 많았던 LG는 2021년 7월 키움에 투수 정찬헌을 내주고 서건창을 받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 LG는 "서건창은 리그 정상급의 2루수다. 공·수·주에 걸쳐 팀의 전력을 상승시켜 팀의 우승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지만, 서건창은 이적 후 68경기에서 타율 0.247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서건창은 2020년부터 하향세를 보였는데 LG 이적 후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부상과 부진으로 77경기를 뛰며 타율 0.224에 49안타에 그쳤다.

2021년 말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고도 다음을 기약하며 신청하지 않았던 서건창은 지난해 말 LG 사령탑으로 부임한 '은사' 염경엽 감독과 재회하면서 재기를 다짐했다. 염 감독은 2013~2016년 넥센 지휘봉을 잡았는데 서건창이 가장 주가를 높이던 시절이었다.

염 감독도 서건창의 부활을 자신하면서 애제자에게 과거 가장 타격을 잘하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일찌감치 주전 2루수로 서건창을 낙점했다.

서건창은 시범경기 타율(0.362) 1위에 오르며 반등하는 듯 보였지만 정규시즌 개막 후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타격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공격의 혈을 뚫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잦은 실책으로 불안감을 노출했다.

서건창. 2023.4.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건창. 2023.4.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5월1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2군으로 내려간 서건창은 허리 통증까지 겹쳐 힘든 시간을 보냈다. LG도 서건창의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민성이 시즌 초반 2루수로 맹활약을 펼쳤고, 7월 이후에는 대주자 요원이던 신민재가 공수에 걸쳐 기량이 향상돼 주전 2루수로 발돋움했다.

서건창은 9월 확대 엔트리가 시행된 뒤 다시 1군에 합류했으나 설 자리가 좁았다. 올해 정규시즌 성적은 44경기 출전에 타율 0.200이었다. 백업 내야수 경쟁에서도 밀리며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년 전 단행한 트레이드는 실패였고, 서건창과 LG는 결별을 택했다. LG는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서건창을 35인의 보호선수 명단에서 뺐는데 나머지 9개 구단은 그를 외면했다. 선수 지명의 대가로 양도금(이적료)을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

결국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서건창은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바뀌었다. 이적료 없이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한 만큼 2차 드래프트 때와는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온 베테랑 서건창의 리더십도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매년 성적이 하락하고 있는 서건창에게 선뜻 손을 내밀 수 있는 구단은 많지 않다. 서건창의 야구 인생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