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 관련 플랫폼 또한 성장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15일 오전 대구 수성대 캠퍼스에서 열린 '제12회 숲유치원·유아숲체험원 전국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사진=뉴스1
돌봄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 관련 플랫폼 또한 성장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15일 오전 대구 수성대 캠퍼스에서 열린 '제12회 숲유치원·유아숲체험원 전국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사진=뉴스1

"회사 긴급 업무 때문에 급하게 아이를 맡겼어요."

5세 아들을 둔 워킹맘 김모씨(35)는 최근 돌봄 애플리케이션(앱) '자란다'로 아이를 돌봐줄 시터를 구하는 일이 잦아졌다. 돌봄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돌봄 관련 플랫폼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앱을 통해 부모는 빠르게 단기 시터를 찾을 수 있고 시터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편하게 구할 수 있어 '윈윈'인 셈이다.


요즘은 '엄마가 한 명으론 부족하다'고 할 만큼 타인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특히 분초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겐 돌봄의 시스템화가 핵심이다. 이제 돌봄은 단순히 아이를 보살피는 것만이 아닌 부모의 커리어를 돌보는 것으로 진화했다. 복지가 아닌 인프라이자 경제다.

인간은 누구나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또 누구든 돌볼 수 있다. 이러한 연쇄적 돌봄이 '돌봄경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저출산 늪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이 돌봄'은 매우 중요하다. 머니S가 아이 돌봄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엄마 휴대폰 필수 '앱'… 돌봄 플랫폼의 성장

돌봄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자란다 앱(왼쪽)과 맘시터 앱 화면. /사진=박재이 기자
돌봄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자란다 앱(왼쪽)과 맘시터 앱 화면. /사진=박재이 기자

"대학생이라 그런지 에너지가 넘쳐요."


'맘시터'는 부모와 시터를 매칭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지난 2016년 9월 첫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플랫폼에 등록된 누적 회원 수가 124만명으로 업계 1위다. 시터의 역할은 등하원 돕기부터 학원 픽업, 밥 챙겨주기, 학습지도까지 가능하다.

맘시터와 함께 아이 돌봄 업계 '빅3'로 불리는 플랫폼으로는 '자란다'와 '째깍악어'가 있다. 자란다는 업력이 가장 오래된 앱으로 지난 2016년 돌봄과 배움을 함께하는 것을 특징으로 내세워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자란다에 등록된 시터가 25만명이 넘는다. 성향검사, 아동 관련 범죄 전력 조회, 면접 등 8가지의 검증 절차를 통과한 사람만이 시터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란다 앱을 사용해 봤는데) 대학생 선생님이라 그런지 에너지가 넘치고 온몸으로 놀아주더라"라며 "오히려 저보다 낫다"고 후기를 전했다.

반면 5세 아들을 둔 김모씨(35)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이라 별로였다"며 "한두 번 오다가 개인 사정으로 못 오겠다고 하는데 책임감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일반 시터보다 비싸다"며 "째깍악어는 지난해 여름 가격이 인상돼 시간당 2만원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김씨는 "잘 그만두지만 그만큼 또 잘 구해진다"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을 추천했다. 그는 "당근에서도 (시터를) 구할 수 있는데 (앱보다) 당근이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당근 앱 안에 '당근 알바'가 생겨 구인 공고를 올릴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돌봄 교실' 신청부터 치열… "맞벌이 부부 힘들어"

맞벌이 부부 증가로 초등 돌봄 교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에서 엄마가 딸을 데리고 함께 귀가하는 모습. /사진= 박재이 기자
맞벌이 부부 증가로 초등 돌봄 교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에서 엄마가 딸을 데리고 함께 귀가하는 모습. /사진= 박재이 기자

"돌봄교실 떨어졌다던데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주부 B씨는 매일 오후 3씨쯤 어린이집에 보낸 딸을 데리고 집으로 귀가한다. 그는 "저는 주부라 등하원에 문제는 없는데 주변에 맞벌이 부부를 보면 힘들어 보이더라"라고 전했다.

B씨는 최근 지인의 딸이 돌봄교실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며 "초등 1~2학년의 경우 늦어도 오후 1시30분이면 하교하는데 돌봄교실이 없으면 답이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초등 돌봄교실'은 초등학교 내 돌봄서비스 기능을 강화해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양육하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대상 학생은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학생이다. 아침돌봄, 오후돌봄, 방과후 연계형돌봄, 저녁돌봄 등 4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등하원 도우미 이모님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맘카페는 같은 지역 내 거주하는 기혼 여성들로 구성된 살림, 육아, 지역 정보 등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다. 글쓴이는 "저희 아이를 돌봐주실 이모님을 찾고 있다"며 근무 시간과 상세 설명을 덧붙였다.

자녀가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출퇴근을 해야 하는 부모와 같이 집을 나서 등교하기엔 무리인 탓에 등·하교 도우미의 수요가 증가하는 양상이다.

'오프라인'에서도 돌봄 서비스 확산

아이 돌봄을 위한 공간이 오프라인에도 마련됐다. 사진은 우리동네 키움센터 마포9호점. /사진제공=우리동네 키움센터 홈페이지
아이 돌봄을 위한 공간이 오프라인에도 마련됐다. 사진은 우리동네 키움센터 마포9호점. /사진제공=우리동네 키움센터 홈페이지

온라인뿐만 아니라 서울 지역 곳곳에서도 '아이 돌봄'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우리동네 키움센터'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초등 돌봄 서비스 시설이다.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집·학교에서 10분 거리 내 위치해 학교 수업 이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이곳에선 돌봄 교사, 친구들과 함께 숙제하고 놀이도 하며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키움센터는 일정한 기간 동안 원하는 요일에 이용하는 '정기돌봄'과 학교 휴업 및 공휴일, 부모의 긴급 사유 발생 등으로 갑자기 발생한 비정기적 이용인 '일시 돌봄'으로 나뉜다.

지난해 6월30일 기준 서울에서 총 237개소의 키움센터가 운영 중이다. 이용료는 아동 1인당 월 5만원 범위 내로 지역 여건과 제공 서비스 등에 따라 자치구별로 상이하다.

아이 돌봄을 위한 공간이 오프라인에도 마련됐다. 사진은 자란다 키즈존 공덕점. /사진=박재이 기자
아이 돌봄을 위한 공간이 오프라인에도 마련됐다. 사진은 자란다 키즈존 공덕점. /사진=박재이 기자

'자란다 키즈존'도 오프라인 돌봄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자란다 키즈존은 공덕점과 역삼점 등 2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유·아동 교육 전문 교사와 맞춤형 소수 정예 놀이, 체험 교육을 이용할 수 있다.

자란다 키즈존은 '부모가 일하는 동안 돌봄을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운영 시간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은 휴무로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과 같다. 또 이용연령은 보호자와 분리가 가능한 30개월부터 13세까지이며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교구가 준비됐다.

이곳은 100% 예약제이며 이용료는 1시간에 1만5000원, 특별프로그램 체험비는 1만원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돌봄경제'… 삶의 질·일자리 둘 다 잡아

돌봄 수요 증가에 따라 고령 여성 취업률이 늘었다. 사진은 경북 칠곡군의 한 병설 유치원. /사진=박재이 기자
돌봄 수요 증가에 따라 고령 여성 취업률이 늘었다. 사진은 경북 칠곡군의 한 병설 유치원. /사진=박재이 기자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중 고령 여성의 취업률이 좋은 기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지난 2022년보다 30만3000명(2.5%) 증가한 1246만4000명이었다. 특히 60세 이상 여성 취업자가 20만4000명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여성 근로자 수요가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4만3000명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나타냈다. 돌봄 일자리가 급증한 결과다.

현재 병설 유치원에서 근무 중인 남모씨(여·48)는 "여긴 거의 다 40대"라며 "저도 적지 않은 나이여서 걱정했는데 좀 더 일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병설 쪽은 3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까지가 가장 많다"고 귀띔했다. 사립으로 가면 정교사로 일하는 반면 병설은 계약직이어서 젊은 세대는 사립을 선호한다는 것.

돌봄 서비스와 관련된 일자리는 대부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와 발전에 기여한다. 이는 앞으로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더 큰 파급력을 가지고 올 것이다. 누군가를 돌보는 따뜻한 마음이 곧 우리 삶의 지속을 위한 핵심 열쇠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