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원자력 발전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원전을 에너지 믹스의 핵심축으로 재정립하는 작업에 나섰다.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도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구에 의지를 드러내는 만큼 관련 업계의 불확실성도 완화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신규 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 내용을 포함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기존대로 추진한다. 정부는 5~6개월 이내에 신규 원전 부지를 선정한 뒤 2030년 초 건설 허가를 거쳐 2037~2038년까지 새 원전을 준공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력화 수요 및 탈탄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중심으로 전력을 운영해야 한다"며 "신규 원전은 물론 기존 원전도 안전 운전 범위 내에서 유연한 운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부 결정에 속도가 붙었다. 기후부가 얼마 전 한국갤럽과 리얼미터를 통해 실시한 '신규 원자력 발전 계획 공론화' 여론조사 결과 원자력 필요성과 관련해 각각 89.5%, 82%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도 60%를 넘었다. 향후 확대가 필요한 에너지원으로도 재생에너지에 이어 2위로 선정됐다.

정부 역시 '원전 활용론'으로 입장을 선회해 온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원전 문제가 너무 정치 의제화됐다"며 "필요하면 안전성 문제를 포함해 (신규 건설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기존 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국가 계획이 확정됐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으면 경제 주체들의 경영 판단과 미래 예측에 장애가 된다"고도 말했다.


원전이 다시 주목받는 데에는 AI 대전환 흐름이 주효했다. AI 산업 특성상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데,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원전이기 때문이다. 2024년 국내 전력시장 정산단가를 보면 가스는 kWh당 175원, 신재생에너지는 208원인 데 반해 원자력은 66원에 불과하다. 아마존 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이 AI 인프라 확장에 발맞춰 원자력 발전량 비중을 높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국내 원전업계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전망된다. 특히 국내 원전 기업 중 두산에너빌리티의 활약이 주목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자로 용기·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이다. 원자로 모델 APR1400을 기반으로 신고리·신한울 등 주요 원전의 주기기를 공급했다. 최근에는 고리 1호기 해체에 착수하면서 탈원전 시장에도 발을 들였고, SMR 분야에서도 다양한 국내외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으로 여겨진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8월 SMR 개발사 미국 테라파워에 투자해 2대 주주 지위에 오른 뒤 SMR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테라파워 지분 일부를 한수원에 양도하고 3사 간 협력을 강화해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해외 SMR 진출뿐 아니라 국내 SMR 도입을 위한 사업화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된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제거된 건 고무적인 부분"이라며 "사업 특성상 밸류체인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호흡도 긴 편이기 때문에 기존 11차 전기본 계획대로 기조가 유지되는 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