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쏠림현상을 보이는 데이터센터의 균형적 건립을 위해 수도권 외 지역에 데이터센터 투자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내놓자 수요 일부가 지방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준공된 광주 첨단 3지구 AI데이터센터 조감도./사진=뉴시스
정부가 수도권 쏠림현상을 보이는 데이터센터의 균형적 건립을 위해 수도권 외 지역에 데이터센터 투자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내놓자 수요 일부가 지방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준공된 광주 첨단 3지구 AI데이터센터 조감도./사진=뉴시스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 침체 속에서도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의 상용화로 인해 국내 데이터센터는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주택사업에 주력하던 일부 대형 건설업체도 그동안 쌓아온 인프라 시공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센터 수주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공급 전력을 미리 차지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도 늘어난 탓에 한국전력 등 공기업은 관련 대책을 수립했다.

21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신규 허가를 득한 데이터센터 사업지는 7건, 착공신고와 사용승인을 완료한 사업지는 각각 3건으로 집계됐다. 사용승인이 완료된 데이터센터는 경기 하남의 하남 IDC, 안양 LG 유플러스 평촌2센터와 고양 SL2x다.


하남 IDC와 LG유플러스 평촌2센터는 임대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한 하남 IDC는 부동산펀드를 그대로 둔채 펀드 수익증권(지분)을 매매하는 셰어딜 형태로 매각을 준비 중이다. 매각이 실현될 경우 국내 첫 데이터센터 거래 사례가 될 예정이다.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특고압 전자파와 소음, 열섬현상 등을 골자로 한 민원 또한 증가하고 있다. 안양 동안구
호계동에 개발 예정이었던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10월 시행 예정 부지가 매각되며 사업이 철회됐다. 2021년 김포에 인허가받은 한 코로케이션(Co-location·사용자 서버를 24시간 관리하는 서비스)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도 2년 넘게 착공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LG유플러스 평촌2센터 또한 민원 이슈로 공사가 일시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안양시와 시민 연합이 장기적인 특고압선 지중선로 구간 차폐판 설치 협약을 체결하는 등의 노력으로 무사히 준공을 완료했다. 주요 데이터센터 공급지로 떠오른 안산 클러스터 내에서는 코람코자산운용이 시화 데이터센터의 인허가와 착공을 완료했다.


신영이 개발하는 안산 글로벌 메타 데이터센터 또한 인허가 절차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 계획 변경 승인' 고시에 따르면 안산 단원구에서 시행되는 안산 시화 글로벌 IDC 개발사업이 신규 구조고도화 사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대비 수도권 시장의 점유율은 77%로 전반기에 기록한 85%에 비해 감소했다. 국내 전력 사용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도권 외 지역을 대상으로 데이터센터의 투자를 장려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부 정책에 기인한 결과다. 강원·포항·세종 등의 지역 점유율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SDS, 한화S&C, 다우기술, 이지스자산운용 등의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수도권 내 100메가와트(MW) 규모의 공급이 추가됐다. 공실률은 전반기 4% 대비 9%로 늘었다. 정진우 C&W 코리아 리서치팀장은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지난해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희망하는 수요의 66%가 수도권에 집중됐다"며 "더욱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에 따라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시행 부지의 가치가 오르는 추세다. 수전 용량을 확보한 부지는 인근 토지 시세 대비 최소 30%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이익을 노리고 데이터센터 건립 신청을 악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전력 수요 왜곡으로 인한 인프라 과다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7월 한국전력은 전력공급 실태 감사를 실시했다. 2020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총 1001건의 데이터센터 전기 사용 예정 통지 확인 결과 67.7%(678건)가 실수요 목적이 없는 허수 신청으로 확인됐다.

무분별한 전기사용 신청과 전력 선점으로 인한 이익 활동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입법예고를 공고한 바 있다. 5000킬로와트(kW) 이상의 대용량 전기를 실제 사용 시점보다 미리 요청하는 경우 해당 장소의 토지·건물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못했을 시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전력은 전기공급 기본 약관을 개정해 전기 사용계약서를 발송한 날로부터 1년 내 전기 사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했다. 한전과 협의해 결정한 수급개시일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날까지 수급이 개시되지 않을 때는 계약 해지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