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서 고려아연이 영풍을 앞서고 있다. 사진은 영풍 석포제련소. /사진=영풍 제공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서 고려아연이 영풍을 앞서고 있다. 사진은 영풍 석포제련소. /사진=영풍 제공

영풍과 고려아연이 배당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영풍은 주주 권익을 이유로 고려아연의 결산 배당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은 주주환원 정책이 부족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영풍 배당금이 낮은 점을 감안, 주주 권익 보호보다는 회사 수익 등을 위해 고려아연 배당금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영풍과 고려아연은 다음 달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고려아연이 주당 5000원의 결산배당을 제안했는데 영풍이 주당 1만원의 결산배당을 요구한 것. 고려아연은 지난해 중간배당으로 주당 1만원을 지급했다. 결산배당까지 합치면 연간 배당금은 주당 1만5000원이다. 영풍은 전년(2만원)과 같은 수준의 연간 배당을 원하고 있다.

영풍은 결산배당 확대 이유로 주주 권익 수호를 꼽았다. 최근 입장문을 통해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 상황에서 배당금을 줄이면 주주들의 실망이 크다"며 "주주들이 회사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돼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결산배당 확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소액주주들과의 연대를 노리고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주주환원 정책, 고려아연 판정승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제공

영풍이 고려아연 배당금 축소를 비판했으나 되레 영풍 배당금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영풍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주당 배당금으로 1만원을 지급했다. 2023년 배당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고려아연의 연간 주당 배당금은 ▲1만5000원(2020년) ▲2만원(2021년) ▲2만원(2022년) ▲1만5000원(2023년·예정) 등이다.

회사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는 비율인 현금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배당 비율)도 고려아연이 앞섰다. 영풍의 현금배당성향은 ▲12.97%(2020년) ▲13.85%(2021년) ▲4.68%(2022년) 등이다. 같은 기간 고려아연의 현금배당성향은 ▲46.27% ▲43.58% ▲50.89% 등으로 조사됐다.


현금배당수익률(주가 대비 주당 현금 배당금)도 고려아연이 영풍보다 2배가량 높다. 고려아연의 현금배당수익률은 ▲3.63%(2020년) ▲3.75%(2021년) ▲3.50%(2022년) 등이다. 영풍은 동 기간 ▲1.86% ▲1.50% ▲1.60%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평균 현금배당수익률도 고려아연(3.03%)이 영풍(1.57%)을 상회했다.

고려아연은 배당 외에 다른 주주가치 제고 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오는 5월까지 해당 물량을 소각하기로 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며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자사주 소각이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영풍은 최근 5년 동안 자사주를 소각한 적 없다.

고려아연 배당 확대… 영풍·장형진 수익으로 연결

영풍 본사. /사진=영풍 제공
영풍 본사. /사진=영풍 제공

영풍의 고려아연 배당 확대 요구는 회사 및 장형진 고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의견이 많다. 주주 권익 보호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고려아연 배당이 늘면 최대주주인 영풍과 주요 주주 중 하나인 장 고문의 이익이 늘어난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5.15%(525만8797주)를 보유했다. 영풍 요구대로 고려아연의 주당 결산 배당금이 5000원 확대되면 영풍의 배당금 수익은 263억원 증가한다. 영풍은 지난해 영업손실 169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추가 수익 창출 경로가 필요하다.

고려아연 지분 3.45%(72만1798주)를 보유한 장 고문은 주당 결산 배당금 확대로 36억원의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