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이 지난 26일(현지시간) HBM3E 대량 생산 소식을 발표했다. / 사진=로이터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 26일(현지시간) HBM3E 대량 생산 소식을 발표했다. / 사진=로이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강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업계 최초로 5세대 제품인 'HBM3E'의 대량 생산을 공식화하면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조만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어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HBM 밀렸던 마이크론, 5세대로 승부수… 고객사는 엔비디아

업계에 따르면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등장하며 데이터처리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HBM은 대용량 데이터의 빠른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데이터센터 매출 40%가 AI 추론으로부터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 외에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 서비스 확대를 예고하면서 앞으로 HBM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AI 서비스와 플랫폼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HBM 역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HBM은 SK하이닉스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 순으로 혁신을 거쳐왔다.

최근에는 5세대 제품인 HBM3E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미국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HBM3E 솔루션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객사의 이름까지 직접 언급했다. 마이크론이 양산하는 이번 24GB(기가바이트) 용량의 8H(8단) HBM3E는 올해 2분기 출하를 시작하는 엔비디아의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에 탑재될 예정이라는 게 마이크론의 설명이다.


그동안 HBM 시장은 한국 업체가 90%를 독점해 마이크론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타이완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이며 마이크론은 10%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판도를 뒤집기 위해 4세대를 건너뛰고 5세대 제품을 경쟁사에 앞서 양산하면서 전략으로 승부스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납품 기술력에도 자신감을 드러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도발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경쟁사보다 우리 제품이 전력소비가 30% 적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초 36GB HBM3E 12H D램.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초 36GB HBM3E 12H D램. / 사진=삼성전자

한국 기업도 상반기 양산 전망… 주도권 다툼 격화

국내 기업들도 양산이 임박한 상황이다. 고객사와 성능 평가를 마치고 양산 준비를 완료, 상반기 내로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민·관 반도체 전략 간담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HBM3E 양산 일정에 "계획한 일정대로 하고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3월부터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곽 사장은 3월 양산설에 즉답을 하진 않았다. 다만 부인도 하지 않아 3월 양산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의 HBM3E는 전낙보다 성능이 1.5배 개선됐으며 엔비디아 'H200'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막판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업계 최초로 36GB HBM3E 12H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알렸다. 이 제품은 성능과 용량 모두 전작인 HBM3(4세대 HBM) 8H(8단 적층) 대비 50% 이상 개선된 제품이다.

HBM3E 12H는 1024개의 입출력 통로(I/O)에서 초당 최대 10Gb를 속도를 지원한다. 초당 1280GB를 처리할 수 있어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40여편을 업(다운)로드 할 수 있는 속도다.

현재 샘플을 고객사에게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상반기 중 양산에 돌입, 고용량 HBM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만해도 SK하이닉스가 HBM3에 이어 HBM3E까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해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마이크론의 발표로 독주체제가 흔들리는 모습"이라며 "조만간 삼성전자까지 본격적인 HBM3E 양산에 나서면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