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새벽까지 강풍을 타고 여러갈래로 나뉘어 번져 마을과 건물이 불타는 등 큰 피해를 입혔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시내의 건물 주변이 온통 불에 휩싸여 있는 모습. /사진= 뉴스1
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새벽까지 강풍을 타고 여러갈래로 나뉘어 번져 마을과 건물이 불타는 등 큰 피해를 입혔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시내의 건물 주변이 온통 불에 휩싸여 있는 모습. /사진= 뉴스1

2019년 4월4일. 강원 고성군 야산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날 밤 9시30분 산불은 바람을 타고 민가와 시내까지 무서운 속도로 옮겨붙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고 속초시 주민 1만여명이 불길을 피해 급히 대피했다.


산불은 강풍을 만나 속초 바닷가 부근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가용인원 총동원"… 전국민이 나선 화재 진압

강원도 고성에서 일어난 산불로 1757㏊의 산림이 불에 탔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강원 고성·속초 일대 산불이 이틀째 계속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일대 산의 나무들이 불에 탄 모습. /사진= 뉴스1
강원도 고성에서 일어난 산불로 1757㏊의 산림이 불에 탔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강원 고성·속초 일대 산불이 이틀째 계속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일대 산의 나무들이 불에 탄 모습. /사진= 뉴스1

이날 저녁 7시17분 강원도 고성군 원암리에 위치한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편 변압기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직후 소방서가 3분 만에 출동해 진화를 빠르게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는 건조 경보와 강풍 특보가 동시에 내려진 상태였다. 또 화재 발생 당시 야밤이어서 소방 헬기를 띄우지 못했다. 이에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초동 진압에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불진화 가용인원을 모두 동원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에 서울·경기·충북 소방본부에서 소방차 40대가 출동했다. 소방청은 산불이 계속 확산되자 추가적인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 전국 규모로 소방차 출동을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산림청은 다음날 일출과 동시에 소방헬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근처에 영량호와 청초호가 자리한 덕분에 물 수급이 용이해져 빠른 진압에 도움이 됐다.

정부의 범정부적 대응에 군도 군 헬기 32대, 군 보유 소방차 26대, 군 장병 1만6500여명을 투입하는 등 총력 지원에 가세했다. 시민 일부도 화재 진압을 돕기 위해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물을 날랐으며 배달원들은 오토바이를 끌고 시민들을 구조했다.

이 같은 신속한 대응 덕분에 고성-속초 산불은 불길이 도시까지 덮친 상황에도 문화재 피해 0건·소방 인명 피해 0건·군 장병 피해 0건에 이어 발화 21시간 만에 진화율 100%를 달성했다.

대형 산불의 시발점은 전봇대?

고성·속초 일대에 산불이 이어진 가운데 산불의 시발점이 전봇대로 밝혀졌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5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의 한 민가에서 잔불 진화작업을 하는 소방대원들. /사진= 뉴스1
고성·속초 일대에 산불이 이어진 가운데 산불의 시발점이 전봇대로 밝혀졌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5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의 한 민가에서 잔불 진화작업을 하는 소방대원들. /사진= 뉴스1

검찰 조사 결과 전봇대의 부실한 관리로 특고압 전선이 떨어져 나가면서 낙엽과 풀 등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이에 검찰은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소속 전·현직 직원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한전 직원 전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데드엔드클램프(전선고정장치)에 스프링와셔가 빠진 설치상의 하자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이로 인해 이번 산불이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 또한 "한전의 지침이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뿐인 피고인들에게 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부는 또 이재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한전이 산불 원인을 제공했다며 구상권 청구 방침을 세웠다. 이에 한전 측은 채무가 없다며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정부 역시 기존 방침대로 한전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재판에서도 재판부가 "산불로 인한 채무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고 판시하며 한전이 전부 승소했다.

대형산불에 1만여명 대피… 인명 피해는 1명

고성·속초 일대에 산불이 이어져 이재민 722명이 임시 거주시설에 머물렀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새벽 대형 산불을 피해 속초 청소년 수련관으로 대피해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하는 이재민들. /사진= 뉴스1
고성·속초 일대에 산불이 이어져 이재민 722명이 임시 거주시설에 머물렀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새벽 대형 산불을 피해 속초 청소년 수련관으로 대피해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하는 이재민들. /사진= 뉴스1

해당 산불로 인해 주택 401채와 축산시설 925곳이 불에 탔다. 인명피해는 사망과 부상 각 1명 외에 더 늘어나지 않았다. 또 이재민 722명이 21개 임시 거주시설에 머물렀다.

산림당국은 당초 산불의 산림 피해면적에 대해 530㏊라고 발표한 후 3일 뒤 3배가 넘는 1757㏊(1757만㎡)로 정정했다. 이에 산림당국이 당초 피해면적을 보수적으로 집계한 것 아닌지, 피해면적 자체를 주먹구구식으로 집계한 것은 아닌지 등의 논란이 제기됐다.

김재현 당시 산림청장은 "도면상으로 추정하다 보니 피해면적이 530㏊가 나왔고 당시에는 불 끄는 데 집중하다 보니 면적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다"고 해명했다.

그는 '면적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 혼란을 가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자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산불피해가 발생하면 전문기관인 산림청이 더 과학적으로 추정해 실제 면적과 가까운 수치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있는 짝수해 대형산불' 징크스?… 산림당국 긴장

산림청에서 4·10 총선을 앞두고 산불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전남 담양군 해외임차헬기 계류장을 찾아 승무원들을 격려하고 산불대응 출동 준비태세를 점검하는 남성현 산림청장. /사진= 뉴시스
산림청에서 4·10 총선을 앞두고 산불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전남 담양군 해외임차헬기 계류장을 찾아 승무원들을 격려하고 산불대응 출동 준비태세를 점검하는 남성현 산림청장. /사진= 뉴시스

4·10 총선을 6일 앞두고 산림당국은 산불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나들이객이 급증하는 데다 '선거 있는 짝수해 대형산불' 징크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996년부터 2000년·2002년·2004년·2006년·2018년·2020년 등 선거가 있던 짝수해에 전국 각지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15대 총선이 있었던 지난 1996년 4월 강원 고성군에서 발화한 산불은 3762㏊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당시 14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 2000년에는 16대 총선을 앞둔 4월 초 고성군 토성면에서 산불이 발화해 삼척, 강릉, 동해를 거쳐 경상북도 울진까지 번졌다.

16대 대선이 있던 지난 2002년에도 강원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연이어 발생했으며 17대 총선이 있던 지난 2004년에는 강원 속초, 강릉 등지에서 산불이 이어졌다.

지방선거가 있었던 지난 2006년과 2018년에도 산불을 피해갈 수 없었다. 21대 총선이 있던 지난 2020년에는 경북 안동과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2067㏊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