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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상률과 적용 범위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 논점은 최저시급 1만원 돌파 여부와 업종별 차등 적용이지만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문제도 안건에 상정돼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도급근로자 중 대다수가 배달·배송업에 종사해 유통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1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한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27일 최임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임위는 지난 21일 열린 제1차 전원회의에서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는 사상 처음이다.
도급근로자란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근로자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배달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플랫폼·특수고용종사자(특고)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종속된 직원이 아니고 특정 장소가 아닌 외부에서 노동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와 사용자, 일터의 구분이 모호하다. 일반적으로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로 분류하지만 실질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할 때는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근로자로 본다는 판례가 있다.
지난해 12월21일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 김상철 배상원 부장판사)는 2019년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전기사로 일하다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한 A씨가 타다 운영사 VCN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씨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플랫폼종사자 중 배달·배송·운송업 비중 78.2%
이번 최저임금 논의에 적용되는 배달기사는 쿠팡, 배달의민족 등에 직원으로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기사가 해당한다.그동안 도급근로자가 최저임금 혜택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랫폼종사자의 경우 노동관계법상 임금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닌 '종사자'로 불린다.
근로자위원(노동계)들은 첫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을 근거로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안건에 올렸다.
노동계는 "플랫폼·특수고용종사자 등 저임금 근로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최근 실질임금 하락과 고물가까지 더해져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을 논의해 이들이 추후 근로자성을 판정받는 데 도움을 주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플랫폼 종사자의 숫자는 약 80만명으로 취업자의 3.0%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인 2021년 66만명과 비교해 20.3% 증가한 수치다. 이 중에서 배달·배송·운송업종은 전체 종사자 중 과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2020년 52.0% ▲2021년 76.0% ▲2022년 78.2%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안정화와 업종별 구분·차등적용을 주장하며 노동계의 제안에 반발했다.
류기정 사용자위원은 "영세 중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그동안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일률적으로 적용한 탓에 가중됐다"며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미만율이 너무 높아져 최저임금 수용성에 심각한 문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은 13.7%로 전년 대비 1%포인트(p) 상승했다. 법정 유급 주휴시간을 반영한 미만율은 24.3%다.
공익위원의 중재에 따라 도급근로자 최저임금제에 대한 논의는 오는 6월4일 열리는 2차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