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시정 방침 연설을 위해 연단에 섰다. 2025.01.24/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첫 3년 임기가 끝나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다. 미국 정부가 일본제철의 US 스틸 인수를 불허하면서 양국 관계에 잠시 먹구름이 낀 가운데 일본 집권 자민당에서 트럼프 정부에 대응할 '포스트 이시바' 움직임이 벌써 활발하다.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 조기 회담이 불발된 이후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7~19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 72%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에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시바가 트럼프와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66%가 "그럴 것 같지 않다"며 부정적인 답을 내놨다.
내각 지지율도 마이니치신문의 지난 18~19일 조사 기준 출범 이래 최저치인 28%를 기록한 상황에서 자민당 내 비공식적인 의원 모임과 정책 연구 모임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이들의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 |
14일 일본 도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9.1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다카이치 "트럼프 측으로부터 대화 제의받아"
'포스트 이시바' 움직임에서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다.
다카이치는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서 자신이 트럼프 측 관계자로부터 트럼프와의 면담에 초청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직후 미국 공화당 유력자와 트럼프 지원 단체로부터 트럼프와의 면담을 추진할 테니 방미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문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본 국회의원 최초로 트럼프와 회담하는 건 내각총리 대신이어야 하기 때문에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고사했다"면서도 "언젠가 당당하게 (트럼프와) 회담할 수 있는 직책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 싶다"며 차기 총리직에 의지를 나타냈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는 지난해 연말 보수성향이 강한 의원들로 구성된 '보수단결회'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간담회에는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를 지지했던 의원들이 다수였다.
![]() |
대만 타이베이의 한 포럼에서 아소 다로 일본 전 총리 겸 자민당 부총재가 연설하고 있다. 2023.08.08/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고바야시·아소 '공부 모임' 만들어 세력 규합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19일 당내 '공부 모임'을 발족했다. 여기엔 하마다 야스카즈 전 방위상 등 약 30명 정도가 참석했다.
고바야시는 공부 모임에 대해 "정국과는 관계없다"고 발언했지만 이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NNN에 "정국 관련 움직임으로 보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 자민당 최고고문도 지난 22일 자신을 중심으로 한 공부 모임을 발족해 친목을 겸한 첫 회동을 했다.
여기에는 옛 아베파나 옛 니카이파 등 해체된 파벌에 속해 있던 중견 및 신진 의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45명이 속한 아소파는 정치자금 스캔들 이후 당내 유일한 파벌로 유지되고 있다.
![]() |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쿼드 외교장관회의 중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5.01.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지지통신은 이 모임이 월 1회 열릴 예정이라며 이시바 총리의 정권 운영이나 야당의 동향 등에 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참석자들은 이 모임이 정국 관련이 아니라 일본 정치나 당의 역사를 배우는 자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시바 정부를 향해 미국과의 접촉에 속히 나서 달라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미 일본대사를 역임했던 스기야마 신스케 와세다대 특임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트럼프 임기 4년이지만 2026년 가을 중간선거 이후 정책 수행 능력 떨어질 가능성 있어. '아직 4년이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면 늦는다. 일본 정부의 가장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응해 이시바 정부는 트럼프 취임식에 발 빠르게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을 파견해 마코 루비오 신임 국무장관과 대화했다. 일본 외무성은 미일 정상회담의 2~3월 성사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